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무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내부에서 권력 승계가 이뤄지더라도 내부 체제가 정비될 때까지 대외적 도발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도 나왔다. 간담회는 27일 오전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외통위원장인 윤상현 무소속 의원과, 통합당 김무성·정병국·정진석·유민봉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이날 “김정은 신변이상설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믿고 싶다. 김 위원장이 빨리 죽어야 대한민국 자주통일이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신변이상설은) 객관적으로 볼 때 출처 신뢰성 문제가 있어서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과학정보 등을 종합 분석하는 국내 정보당국 입장을 존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변이상설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북한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서방세계(영미권) 언론에서 나오는 모든 보도들은 불확실성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유 원장은 “로이터(영국 통신사)가 중국에서 평양에 가는 비행기가 의료진을 싣고 떴다는데 확인해봤나. 비행기 안 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려항공의 정기 노선들이 중단됐다. 그러면 남은 건 특별기 밖에 없는데 증거가 있나. 육상으로 가면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23시간 걸린다. (김 위원장이) 위중한데 23시간 걸려서 간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및 유고 발생 시 국내 대응과 관련한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및 유고 발생 시 국내 대응과 관련한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어 “그나마 한미연합사와 국방부, 국가정보원에서 ‘공공목록’을 갖고 있다. 매일 특이동향이 있는지에 대한 체크리스트다. 특이동향이 나타나면 확인을 위해 정찰을 띄워서 확인하는 절차를 갖춰서 국내 정보당국이 판단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대한민국 국가정보기관의 정보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 중태설, 위중설에는 개인적으로 동의를 안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통합당 의원이 김 위원장 건강 문제를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들이 있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으나 답변이 바뀌지 않았다.

‘북한 관련 특이동향’ 제기하자…“김정은, 상황 즐기고 있을지도”

윤상현 의원이 제시한 ‘특이 동향’에 대해서도 “4개 정도는 의미성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퍼즐을 맞출 때 전반적 그림을 그릴 때 3~4가닥으로는 전체가 안 보인다”고 일축했다. 윤 의원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 지시가 전부 통상적 △김 위원장이 최초로 태양절(고 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 불참 △김여정·최룡해 등 지도부 동향이 전해지지 않음 △평양 봉쇄 △북한인권단체가 드론으로 평양에 전단을 살포했으나 무반응 △대북 금융제재법안 통과에 무반응 △최고존엄 권력이 공백상태라는 보도에 무반응 등을 의심의 근거로 밝혔다.

되레 유 원장은 “김 위원장 패턴은 즉흥적이고 도발적이다. 건강한데 15일 동안 안 나왔다는 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치로 (긴장감을) 올려놓고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북한에 창궐한 상태에서 나오기 뭐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김 위원장이 살아 있다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반(反) 김정은 세력, 불만 세력을 파악해 종파기회주의자들을 일거에 처단할 좋은 기회를 서방언론이 만들어주는 것”이라 말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한 기자는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북한 최고 몇 명 밖에 모른다는 안위를 우리 정부가 과도할 만큼 강조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하다’ 강조하는 게 ‘팩트’와 ‘소스’가 있는 건지, 정치적 측면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유 원장은 “정부가 자신 있게 말하는 데 대해선 과학적 정보도 정치적 배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최고존엄 비위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긴 뭐하지 않나. 정치적 측면과 정보적 판단을 해서 ‘이번 기회에 김정은에게 점수 따야 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北체제 급변 없을 것…남남 갈등 주시, 우방국과 긴밀 교류해야”

김 위원장 건강 문제가 사실일 경우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전망이 엇갈렸다. 김용현 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김정은 유고(有故)와 관련해서는 사실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고를 가정해 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북한 내부 기득권 세력의 권력투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권력투쟁이 군부쿠데타 내전으로 이뤄져 대량 탈북 및 무정부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측이 국지도발 및 살상무기(핵·생화학)를 이용해 도발할 가능성, 의도치 않은 전쟁 위협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전 북핵담당대사)는 “김일성 사망, 김정일 사망 등 두 차례 권력승계를 겪었는데 우리가 우려한 별다른 상황은 없었다. 차분하게 냉철하고 현실주의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죽는다고 해서 북한 체제나 정책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다는 데 깊은 이해와 현실적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로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질까 너무 겁 먹을 것 없고 곧 통일될 것처럼 흥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보는 “북한 내부의 극단적 애국투쟁이 발발하지 않는 한 북한은 내부적인 체제 안정이 확보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등 현상유지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체제에 위험으로 귀착될 수 있는 대남 도발 등 모험적 결정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는 남북간 갈등보다는 조의표명 등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 내에서 남남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우리로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한 정보교류 및 안보 협력 하에 차분한 정치적 외교적 대응”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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