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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실상 사망’ 장성민 주장에 쏟아진 기사만 90개
‘김정은 사실상 사망’ 장성민 주장에 쏟아진 기사만 90개
[비평] 취재 없이 주장 퍼나르고 루머 확대 재생산… 예단하기 힘들 수록 신중하게 보도해야

“북한 독재자 김정은은 죽거나, 뇌사했거나 멀쩡하다는 소문이 돌았다.”(North Korean dictator Kim Jong Un rumored to be dead, brain dead or just fine)

25일 뉴욕포스트의 기사 제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어떤 결론도 예단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잘 드러내는 기사다.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제기되는 여러 가능성들은 부정확한 ‘설’에 불과하다. 

▲ 뉴욕포스트 기사 갈무리.
▲ 뉴욕포스트 기사 갈무리.

그런데 몇몇 언론은 확인하기 힘든 주장을 평가나 분석, 취재 없이 그대로 전하면서 독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의 ‘김정은 사망 가능성’ 페이스북 게시글을 전달한 보도다. 포털 네이버에서 24일부터 26일 오후 5시까지 ‘장성민’이 언급된 기사를 검색한 결과 90건에 달했다.

쿠키뉴스는 ‘단독’을 붙여 “[단독] 장성민 ‘‘대북소식통 ‘김정은, 사실상 사망한 듯’…회생불가 추정’” 기사를 내보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정상황실장 장성민 ‘김정은 사실상 사망상태’”(세계일보) “김정은 사실상 사망”(ifspost) “‘DJ 참모’ 장성민 ‘김정은, 의식불명 코마 상태... 중국 의료진 23일 급파’”(뉴스핌) “[전문]장성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판단’”(글로벌경제신문)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이 직접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장성민 이사장이 중국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언론이 기사화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전하거나 일각의 ‘주장’이라고 하거나 비판적인 견해를 덧붙인 보도도 있지만 적지 않은 언론은 그의 발언만을 제목에 담아 사실처럼 느끼게 했다.

▲ 쿠키뉴스 기사 갈무리.
▲ 쿠키뉴스 기사 갈무리.

지금 상황에서 장성민 이사장에게 정보를 전한 소식통의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장성민 이사장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단정적인 기사 제목과 달리 그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면서도 소식통 역시 직접 확인한 정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성민 이사장은 “100%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무척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정부는 각각의 경우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언론은 장성민 이사장을 ‘김대중 정부 인사’ ‘북한 전문가’로 설명하는데 그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장성민 이사장을 설명할 때 2012~2016년 동안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자였다는 사실을 빼놓기 힘들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여과 없이 내보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의 프로그램은 박근혜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오보, 막말, 편파방송 등으로 최다 제재를 받기도 했다. 

검증하기 힘든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가 기사화되는 경우도 있다. 뉴데일리는 24일 “[단독] ‘北 김정은 식물인간 상태… 관(管)으로 영양 공급받고 있다’”보도를 냈다. 위키트리는 뉴데일리를 인용해 “괜찮다던 김정은…‘식물인간’ 됐다는 얘기가 급속히 퍼졌다”고 보도했다.

뉴데일리는 “김정은이 뇌사 상태임을 알리는 중국 의사들의 대화방 캡쳐 사진이 트위터에서 퍼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소재 중문 매체 기자가 자신이 북한에 방문한 의사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이 대화방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대화  자체로는 사안의 진위를 확인하기 힘들다. 

▲ 인사이트 기사 갈무리.
▲ 인사이트 기사 갈무리.

이번 사안을 ‘흥밋거리’로 소비하게 만드는 기사도 끊이지 않았다. 21일 인사이트는 “‘23일 제2차 한국전쟁 발발한다’ 김정은 중태설에 재조명되는 전대숲 예언 글” 기사를 썼다. 익명으로 게시글을 쓰는 전국대학생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전쟁 예언글을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연계해 쓴 기사였다. 인사이트는 “‘의식불명, 코로나19, 사망’···‘건강이상설’ 휩싸인 김정은 둘러싼 소문 5가지” 기사를 통해 김여정 감금설 등 근거가 희박한 소문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장성민 이사장 발언을 전한 보도가 증권시장을 교란했다고 주장하며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2000여명이 참여했다. 받아쓰기만 하거나 클릭 장사를 하기에는 우리 삶에 미치는 여파가 큰 사안이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총선 국면에서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후보의 막말을 다루는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인용 보도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가이드라인 가운데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말 것’ ‘헛소문이나 추측성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여과 없이 중계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 등은 이번 사안에도 적용 가능하다. 주장을 전하는 보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없을 때는 독자가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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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듀 2020-04-27 18:22:18
웬 듣보잡 탈북자단체가 설치는것도 우습지만 조중동이 예전부터 탈북자 한두명 얘기듣고 대서특필하는 습관도 여전하지.

바람 2020-04-26 19:15:53
김정은이 죽으면 김여정이 하겠지.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데, 내부쿠데타가 가능할까. 좀 기다려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