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 기사를 썼다 삭제했다. 중앙일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리 작성한 기사가 실수로 노출돼 삭제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4일 오후 “준비기사/A▶️[김정은 사망]코로나 엎친데 덮친 韓경제 ‘시계제로’…위기대응 강도 높여야” 기사를 썼다. 김정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흔들리던 한국 경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이란 초대형 위기를 맞았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바닥에 머물러있던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가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이날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 폐장 이후에 알려져 직접적 충격은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이후 상황은 ‘시계 제로’”라고 보도했다.

▲ 삭제된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삭제된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84년생 만 36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후계 구도 자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녀 모두 10세 이하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권한대행 역할론도 아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북한 내 최고지도자 공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남·북한 경제 교류가 약화된 상태라 직접적인 기업 타격은 크지 않지만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 경제 주체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 될 수도 있다”고 썼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11일 4차 당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11일 4차 당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앙일보 기사는 삭제됐지만 기사를 캡쳐한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중앙일보가 기사를 삭제했고, 제목에 ‘준비기사’라고 쓴 점 등을 근거로 정식 기사가 아니라는 점은 인지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엠바고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을 드러냈다. 제목에 ‘A’라고 돼 있어 언론사가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미리 기사를 준비했을 수 있다는 의문도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홍보팀 관계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버튼을 잘못 눌렀다. 인지하자마자 지웠는데 30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짧은 시간 사이에 캡쳐한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도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사로서 사망에 대비해 기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기사작성 시스템에서 ‘A’는 1600자(원고지 8매) 분량의 기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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