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발행인 신상철) 광고부서에서 상사가 후배직원에게 ‘기업광고를 받기 위해 상품권을 돌려 담당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라’거나 ‘인사고과가 좋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야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다. 후배직원 A씨는 회사와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회사 측에선 인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노무·법무법인 자문결과에 따라 상사 B씨를 징계하지 않았다. 

여성경제신문은 시사저널·일요신문 등과 계열사 관계에 있는 서울문화사 소속으로 지난 2014년 5월 창간했다. 

▲ 여성경제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 여성경제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A씨는 B씨가 기업 광고담당자에게 백화점·커피전문점 상품권 등을 제공해 친분을 맺는 방식, 사전에 광고담당자와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에 찾아가는 식의 영업을 강요하자 이에 힘들어했다. 여성경제신문 뿐 아니라 타사의 해당 기업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그 기업 담당자 앞에서 언급하라고도 했다. 많은 언론사에서 편집과 경영(광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광고주를 홍보해주거나 비판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해 광고를 요청하는 사례들이 있다. 

최근 3개월가량 A씨와 B씨의 대화 녹취를 보면, B씨가 A씨에게 “우리가 광고주한테 해줄 게 없어. 편집(국)에서 기사를 악의적으로 써서 우리한테 부탁하는 경우도 없고.(중략) 우리가 살길은 기사에요. 그쪽 회사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그런 걸 자꾸 찾아야돼. 그런 거 하려면 지금 근무시간은 너무 타이트해. 그런 부분(기사) 연구를 못하잖아”라고 말했다. 

B씨는 A씨에게 기업 쪽에 광고를 요청할 때 공문을 보내도록 했는데 ‘편집국에서 광고를 요청했다고 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B씨는 “메일로 공문 넣거나 메일주소 모르면 (직접) 들고 가서 문서수발신에 놓고 가겠다고 하면 전화할 수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편집에서 요청하니까 ‘나는 심부름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A씨는 최근 기업들이 비판기사로 압박한다고 광고를 주는 분위기도 아니며 이런 방식이 무리한 영업방식이라고 했다. 근태관리가 과한 점도 괴로웠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보통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 금요일엔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가기 위해 5시40분경 퇴근했는데 근무시간을 채웠고 이미 사내 임원에게 승인받은 사안인데 B씨가 계속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대화 녹취를 보면 B씨는 A씨 출근이 늦다고 수차례 문제 삼았다. 또 B씨는 “오늘도 5시40분에 나가나”라고 묻고 A씨가 ‘그렇다’고 하자 “한두번은 이해하는데 매주 그러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한 뒤 인사평가를 언급했다.

B씨는 “여기가 언론사로 따지면 대기업이다. 위에서 보고 있고 크로스평가를 한다. 영업에서 실적 가지고 (평가를) 한다지만 나만 A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내가 C와 D(임원들, B의 상사)도 평가한다고. 그래서 내부생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앞으로 (기업미팅약속을) 8개 밑으로 적지 말라”거나 동선 잡는 방식을 자세히 지적하고, 두달 간 B씨가 A씨를 따라다니며 일하는 걸 감시하기도 했다. A씨는 경력직원으로 채용된 만큼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였다. B씨는 “A씨가 경력자인데도 효율적인 방법을 몰라 동행 근무하며 방법을 가르친 것”이라는 입장이다. 

퇴사를 암시하는 발언도 있었다. 

B씨는 “7월에 나오는 실적 가지고 인사고과, 거기서 A·B·C등급 있는데 C등급은 회사에서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또 B씨는 “A가 여기 흥미를 못 느끼는 거 같다. 서울문화사 힘든 조직이야. 보통 일간지 보면 연초에 세운 목표가 시장상황에 따라 어려우면 목표치를 수정해준다거나 그런데 여기는 전혀 그런 게 안돼. 다른 조직보다 상당히 업무강도가 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미리 얘기해줘. A는 아직 나이도 어리니까 다른데 알아볼 수도 있고. 최선을 다해서 있고 목표 채워나가는 거 못하겠다면 사전에 미리미리 얘기를 해줘”라고 말했다. 

▲ 사진=istockphoto
▲ 사진=istockphoto

 

상품권 주면서 광고영업 지시

B씨는 “나하고 다녀봤지만 (기업 담당자들과) 약속 (미리)잡고 가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 때문에 주변에 가서 초토화시키고 오지 약속잡고 그렇게 안해. 무대뽀로 들어가더라도 맞대응하는 게 내면적으로 키워져 있고. OOOO(서울문화사 계열 언론사)도 거의 약속잡고 가는 사람 없어. 내 사람으로 만들라고 그랬잖아. 상품권도 사놓고 스타벅스도 사놓고. 그런 걸 통해서 내 사람을 만들라고”라고 했다. 

또 B씨는 “선물 있잖아. 스타벅스 상품권, 백화점 상품권, 골프공, 정관장(홍삼) 있으니까, 해서라도 메이드(광고수주)시켜와야 한다고. 작년 것만 해선 절대 안돼”라며 “‘여성경제 독한놈들이다’ 그런 소문이 돌아야 일하기 편해진다고”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여성경제신문 내부 자료들을 종합하면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 5만원권과 1만원권, 스타벅스 상품권(5만원), 골프공, 홍삼세트 등을 구매했다가 기업 담당자들을 만날 때 이를 줬다. 상품권의 경우 5만~20만원, 홍삼세트는 1~2개 등을 제공했다. 해당 자료엔 대기업, 금융사 등 회사명, 담당 임직원 이름, 여성경제신문 측이 제공한 선물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했다. 일부 기업 담당자 이름 옆에는 상품권을 거절한 사실까지 기록했다. 

▲ 여성경제신문 광고부서 올해 1분기 선물관리 내역.
▲ 여성경제신문 광고부서 올해 1분기 선물관리 내역.

 

복수의 업계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언론사 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식사, 차, 교통비 외에 사용내역은 사유를 증빙하도록 한다. 특히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성경제신문의 경우 상품권 구매 영수증만 제출하고 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따로 증빙하지 않았다. 서울문화사 본사에선 여성경제신문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재무·인사 등을 총괄하고 있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지만 구매한 상품권은 B씨가 가지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 가져다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화녹취를 보면 B씨는 A씨에게 서울문화사 계열 언론사 광고직원 E씨 사례를 말했다. E씨가 한 대기업(F) 담당자에게 상품권을 40만~50만원씩 주며 친분을 유지했고 필요할 때 4000만~5000만원씩 광고를 받아왔다는 내용이다. 

“F기업에서 물먹는 사람이 하나 있어. 이 사람이 F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E에게 얘기를 해주면 다른 (기업)홍보실에선 깜짝깜짝 놀라. 그러면서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냐’고. 이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새로운 정보 있나’ 싶어서 조선일보가 만나자 해도 안 내려오는데 E가 만나자고 하면 (광고담당자들이) 내려와. 내려오면 밥 먹고 골프 잡아주고, 야금야금 내 사람 만드는 거야. 솔직히 50만원, 나는 받는 사람도 대단한데(대단하다고 보는데), 그만큼 신뢰관계가 되는 거야. 얼마나 편하겠니. (매출목표에) 부족할 때는 (광고) 사오천만원씩 받으니까” 

A씨는 상사 B씨의 이런 압박에 지쳐 지난 1월 하순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녔다. 진단서를 보면 “불안감, 우울, 감정조절의 어려움, 불면 등 증상이 관찰되는 바 부정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A씨는 ‘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17일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약 한달 만에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B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서울문화사 관계자는 지난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신고받은 자료를 모두 노무법인 2곳과 법무법인 1곳에 넘겨 자문을 의뢰했는데 3곳에서 모두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이런 일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B씨에게 강력하게 구두경고했고, 회사에서는 A씨와 B씨 둘에게 화해권고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노무·법무법인들은 두 사람 간 대화 녹취에 ‘고성이나 욕설 등이 없고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의 관리감독 차원으로 볼만해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상으론 소위 ‘무대뽀’식 영업방식을 강요한 부분이 아니라 명백하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검토한 내용에 가까웠다. 

B씨는 사실관계를 대부분 부인했다. 

‘타사 기사 등으로 기업 홍보팀 압박’에 대해 B씨는 미디어오늘에 “그런 사실이 없다”며 “다른 매체에서 다룬 화제성 기사의 경우 여성경제신문이 다루지 않았더라도 생색을 내주라고 했다. 그냥 지나가면 우리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A씨에게) 얘기를 해줬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도 아닌데 협박을 할 수도 없고 만약 한다고 해도 먹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거의 무릎만 안 꿇었지 사정사정 부탁해야 줄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했다. 

‘무대뽀식 영업 강요’에 대해 B씨는 최근 어려워진 광고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미안해할 정도로 노력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방문하고, 상대는 약속없이 왔다고 화를 내겠지만 그간 고생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결국 상대가 미안하다고 한다”며 “편집국에서 홍보실에 도움을 요청하는 회사가 아니다보니 솔직히 힘이 든다.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라는 말을 A씨가 오해하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상품권 영업’에 대해 B씨는 “여성경제신문 같이 매체력이 약한 매체는 광고집행 결정권자들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아래 직급직원들부터 친해져야 한다”며 “그래서 갈때마다 음료수나 소액상품권을 거래처 직원들에게 인사차 돌릴 때가 있다. 지난 1월말 A씨를 시켜 스타벅스 상품권을 구입한 적 있다”고 답했다. 다만 “수십만원 상품권은 규정상 금지돼 있기도 하고 뇌물의 느낌이 들어 주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지만 이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에서 언론인이 받는 경우를 규정했지만 언론인이 민간인에게 금품 등을 주는 경우는 규정하지 않아 법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에 대해 B씨는 “A씨의 세세한 부분을 신경써주지 못한 것은 반성하나 이 사건이 터지고 나 역시 억울해 불면증과 울화증에 시달려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며 “(영업방식 관련)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 기분이 나빴을 수는 있지만 괴롭힘이라는 건 과도하다”고 답했다. 

A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넣었다. 서울문화사 관계자는 “노동청 결과가 나오면 충실하게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선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하자마자 취업규칙에 바로 반영했고, 교육도 하며 철저하게 관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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