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주장 민주노총 폭력성 부각

“키 180cm, 무술 유단자 우대... 이게 건설노조 채용조건”. 조선일보가 23일 사회면 톱에 올린 기사 제목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 머리에 띠를 두른 사람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싸우는 일러스트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최근 어느 건설노조’에 키 180cm이상, 무술유단자 우대 채용공고가 떴다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에 체격 무술 스펙이 필요한 이유가 다 있다”며 “올해 들어서 서울, 인천, 광주, 성남 등 전국에서 건설노조 간 집단 난투극이 모두 여덟차례 벌어졌다” “그 중 쇠파이프 망치 등 흉기가 동원되고 골절 등 부상자가 발생한 것도 여러차례”라고 했다.

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걸까. 조선일보는 “제한된 일자리 속에서 건설노조 간 다툼이 일어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건설노조 외에 한국노총 계열의 군소 건설노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줄어든 일감을 두고 사측을 협박하거나, 노조 간 난투극이 잦아졌다는 내용이다.

▲ 23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23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만 보면 문제는 민주노총에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막대한 인원수를 바탕으로 건설현장을 장악”한다고 했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민노총은 그동안 높은 임금을 받는 자기네 노조원을 고용하라고 물리력까지 동원”했다고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간부는 “민노총 간부가 찾아와 큰 칼 맞을래 작은 칼 맞을래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 내용을 보면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이 문제가 사회면 톱에 올릴 정도로 뉴스 가치가 있었을까. 독특한 채용 공고가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4월9일 경인일보가 이미 “‘경력보다 체대·무술가 우대’… 한국건설노조 ‘이상한 채용’” 기사를 내고 문제를 조명했다.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도 문제다. 한국노총, 하도급업체 관계자, 건설협회 간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했으나 정작 민주노총의 입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노갈등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두면서도 정작 당사자의 입장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성명서.
▲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성명서.

 

민주노총의 입장을 들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4월1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입장을 내고 신생 노조의 폭력을 테러행위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측은 사안의 본질이 ‘노노간 갈등’과 ‘밥그릇싸움’이 아닌 일방적 폭력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인일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를 두루 취재했는데 “양대노총은 일부 연합 노조에서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을 뽑는 이유를 건설 현장에 찾아가 상근자 월정액 협상을 빙자해 금품을 뜯어내려는 관행을 보다 수월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입장과 경인일보 기사를 종합하면 폭력 사태의 원인은 우후죽순 생겨난 신생 노조에 있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제목에서 강조한 ‘유단자 우대 채용’ 공고가 어느 노조에서 낸 것인지 밝히지 않아 오해를 키울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기사 본문 내내 민주노총의 폭력성이 부각됐기에 독자들은 이 같은 채용을 진행했던 노조도 민주노총으로 오해할 수 있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해당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산하의 건설노조로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노조 가운데 하나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은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하면서도 채용 공고를 낸 노조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에 “한국형 기부” vs “책임 전가”

민주당과 정부는 22일 전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당초 소득하위 70%로 잡은 지급 범위는 100%로 넓혔다. 대신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받지 않는 사람은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23일 아침신문은 재난지원금을 도마 위에 올렸는데 자발적 기부 방식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자발적 기부로 보완하는 방안은 눈여겨 볼 만하다”며 “세금 환수 방식을 강제하지 않고 여유가 있거나 정부 구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국가재정을 걱정해 지원금을 반납하는 사회 캠페인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자발적 기부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되는 또 다른 한국형 기부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다”며 “통합당은 신속하고 대승적으로 결단하는 책임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 23일 한겨레 기사.
▲ 23일 한겨레 기사.

 

한겨레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야당도 더는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 미래통합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신문은 정부여당의 방안을 정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자기들이 못푼 지원금 숙제, 야 고소득층에 떠넘긴 여” 기사를 내고 ‘책임 전가’ ‘희한한 재난지원금’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1면에 “당정 재난지원금 이상한 절충” 기사를 내고 “일각에서는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의 책임을 특정 계층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통합당에 결정을 촉구하는 한겨레, 경향의 논조와 달리 “선거에 써먹을 만큼 써먹었는데 선거가 끝난 뒤엔 책임을 야당에 넘기려 한다”고 했다.

고용유지 기업 지원 조건에도 ‘반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고용을 일정 비율 유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다. 보수신문들은 ‘핏대를 세웠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고용 유지’ 전제 조건에 강력 반발하며 기업을 대변했다.  

▲ 23일 조선일보.
▲ 23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직원줄이지 말라, 임직원 임금 줄여라 까다로운 지원 조건에 속타는 기업들” 기사와 “기업 생존 안 되면 고용유지 지속 불가능하다” 사설을 통해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초유의 위기 앞에서 업종과 개별 기업에 따라선 인력을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곳도 많다”고 했다. 

경제신문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매일경제는 “기업에 고용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넘기거나 경영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노동법에 보장된 비상경영수단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기업의 입장에 선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경제는 정부가 지원금액의 일정 부분을 주식연계증권으로 확보해 경영정상화 후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에 “경영개입 논란을 부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코로나가 기존 대못 규제를 흔들고 있다” 기사를 통해 의료진의 전화진료 처방, 콜센터 재택근무 등 한시적 규제완화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규제를 풀라”는 재계의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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