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언론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주효했다고 봤다.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분석이다. 전세계적 코로나19 위협 속 한국 정부 대응은 외신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총선 직전 대통령 지지율이 59%에 육박한 것은 그 방증이다. 결국 정권 심판 구호가 힘을 잃으면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총선 과정에서 언론 보도 문제점은 고질병처럼 반복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돈으로 표를 산다’라는 식의 주장이 선거 직전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조선일보는 선거 하루 전날 “강원 40만원, 해운대 5만원… 與 총선 직전에 돈 돈 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선거 당일 1면에 “굳이… 선거전날 지원금 꺼내든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60년대에 벌어졌을 법한 금권선거가 버젓이 벌어졌다라고 부정선거를 암시하는 듯한 보도였는데 반응은 ‘얼마나 다급했으면’이라는 것이었다. 중앙일보는 선거 다음날 재난지원금이 민주당 승리 요인이었다고 못을 박았다. ‘재난지원금=선거용’이라는 프레임을 고수하면서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는 꼴이다. 

▲ 4월15일 조선일보 1면
▲ 4월15일 조선일보 1면

정치인들의 막말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언론의 분석도 나온다.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극우 인사인양 행동한 막말 정치인의 대표격이다. 촛불 폄하 발언부터 시작해 5·18 민주화운동 모욕 발언까지 내놨다.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도 김 의원 못지않은 막말 인사였다. 대표적인 막말은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돼야 하는 거냐”였다. 관련 단체들이 두 의원을 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지도부는 꿈쩍하지 않았고 결국 지역민들은 전체 평균 투표율보다 높은 투표율로 직접 심판했다.  

이들의 막말을 키운 ‘8할’은 언론에 있다. SNS에 올리는 막말을 생중계하듯 보도해 갈등을 극대화시켜 수익으로 연결하는 보도 행태가 막말 정치인을 키운 일등 공신이다. 막말 정치인의 낙선은 통합당 지도부의 공천 탓이라는 언론의 분석이 유체이탈에 가까운 이유다. 막말이라는 알리바이를 내세워 정치적 공세를 도운 혐의가 짙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 등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발표나 정치인의 입만 쫓아 보도하는 관행에 편승하지 않았는지 언론은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지난 4월6일 OBS TV 토론회에 출연한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
▲지난 4월6일 OBS TV 토론회에 출연한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

4·15 총선에선 어느 때보다 언론개혁의 열망이 높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특정 정치권력이 선거에 승리했다고 무 자르듯 일거에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최강욱 당선인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약속드렸다. 한줌도 안되는 부패한 무리들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했다. 최 당선인의 발언과 열린민주당 공약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유죄판결 보도 배상금 올리기), 오보방지법(정정보도 강제) 제정 등을 보면 언론개혁 정책을 규제와 처벌 수단으로 그리고 있는 듯하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폐지하고 소비자보호원(가칭)을 신설해야 한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 피해 구제 기구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으면 되는 일이지 이미 이런 기능을 담당한 중재위를 폐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공정하지 못하고 왜곡하기 일쑤이고 사회적 흉기로 전락해버린 보도 행태에 메스를 들이대는 언론개혁의 열망을 꺾자는 게 아니다.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얘기다.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정책이 전무했던 이유를 따져 물어보는 것이 언론개혁의 출발점일 수 있다. 일례로 20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독립적으로 바꾸는 일이 얼마나 더뎠는지 직시하자. 개혁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리적 제도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개혁은 ‘결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개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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