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구성되면 미디어 기구 의석 분포도 변화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정부여당 추천 한상혁 위원장·허욱 상임위원,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이 오는 7월31일 임기를 마치면 5기 방통위가 꾸려진다. 방통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 및 방송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기구다. 

방통위는 정부여당과 교섭단체 야당이 위원을 3:2로 추천하는 구조로 4기 방통위는 정부여당, 미래통합당, 국민의당(바른미래당)이 각각 3:1:1로 위원을 추천했다. 

21대 총선 결과 바른미래당의 뒤를 잇는 교섭단체 제3당이 사라지면서 표철수 상임위원의 후임 추천권은 21대 총선 당선자 기준 유일 야당 교섭단체인 미래통합당 몫이 된다. 차기 방통위는 3:2로 위원을 추천하게 돼 미래통합당이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전보다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미래통합당은 국회 의석이 줄었으나 미디어 기구 의석이 늘어나게 된다. 

2021년 초 재구성되는 차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석을 정부여당 6, 미래통합당 2, 국민의당(바른미래당) 1로 나눠 갖는 추천 구조에서 바른미래당이 빠져 정부여당과 미래통합당의 6:3 구조로 개편된다.

▲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미디어 기구 의석 분포도 변화할 전망이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미디어 기구 의석 분포도 변화할 전망이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KBS이사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도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추천 인사가 1명씩 있는데 후임 몫을 미래통합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한 공영방송 이사회 관계자는 “공영방송 이사회는 이사 추천 방식이 법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교섭단체가 관행적으로 추천해왔다. 통상적으로 방통위 구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비례 위성정당이 의석 20석을 채워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비례의석 19석을 확보한 미래한국당은 한 석만 추가하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17일 “한 분만 모셔오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1야당의 형제정당으로서 같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 구성을 시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에서도 교섭단체 추진을 두고 당 내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의석 17석을 차지한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 의원 3명이 당적을 옮기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더불어시민당이 열린민주당과 합당하는 방법도 있다.

여야가 일제히 위성정당의 교섭단체 구성을 고민하는 이유는 교섭단체를 만들면 국회 교섭에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큰 규모의 정당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특히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 7인 중 6인 이상이 찬성한 후보자를 임명하는데 후보추천위에는 야당 교섭단체 몫 2석이 있다. 미래한국당이 야당 교섭단체 몫을 독점하면 공수처장 임명 저지가 가능하다. 

▲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여야의 정쟁이 미디어 기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모양새다. 더불어시민당이 여당과 별개의 교섭단체를 만들고 미래한국당보다 의석이 많은 제2야당을 구성하면 과거 바른미래당 몫까지 여권이 가져갈 수 있다. 이 경우 방통위는 4:1, 방통심의위는 7:2 구도가 될 수도 있어 미디어 기구 의사결정에 정부여당 독점 문제가 심화될 전망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자문위원은 “여야가 서로가 서로의 핑계를 대면서 교섭단체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인데 정치적 후견주의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한 180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미디어 기구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방통위가 제안한 중립지대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중립지대 이사를 포함하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제안했다.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정원을 13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정파성을 최소화한 중립지대 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중립지대 이사’는 국회가 공개추천 등을 통해 모집한 이사 후보자들 가운데 문제적 이사를 방통위가 거부한 후 최종 추천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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