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19 혁명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라며 반드시 기억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0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4·19 혁명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라며 “‘주권재민’을 훼손한 권력을 심판하고, 정치·사회적 억압을 무너뜨린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국 원칙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뜨거웠던 그날 이후 해마다 4월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진달래 꽃잎이 흩날릴 때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간 영혼들을 기억했다”며 “우리 가슴에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와 멈출 수 없는 희망이 자랐다”고 평가했다.

4·19 혁명은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이미 그해(1960년) 전조가 있었다. 2월28일 대구 고등학생들이 먼저 ‘독재 타도’를 외친 후 3월8일 대전 학생들이 ‘민주와 자유의 깃발’로 호응한 데 이어 3·15 부정선거가 터지자 마산의 고등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의거를 일으켰다. 고교생 김주열 열사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라 시위 불길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독재 타도 함성이 됐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이 민주주의를 향한 전 국민의 공감과 저항 정신이 축적된 결과였다고 해석했다. 이후 학생들이 학원 민주화를, 노동자는 노동조합 조직을, 교사들은 민주시민 교육의 길을 열었다고 했다. 제주4·3 유가족과 전국 각지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가족들도 강요된 침묵을 걷어내고 진상규명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1년 뒤 자행된 5·16 군사쿠데타의 긴 독재로 4·19혁명의 ‘민주주의 시간’은 짧았지만 강렬했다고 했다. 그는 ‘4·19민주이념’이 끝내 우리 헌법정신으로 새겨졌다며 민주주의 열망으로 엄혹했던 시대를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이겨나갔다고 했다.

이후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거쳐 2016년 촛불혁명으로, 4·19혁명의 하늘에 닿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면서 그 자부심으로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6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6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문 대통령은 역사적으로도 4·19혁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최초의 민주화운동이고, 전세계 학생운동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 국민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민주주의를 실천했고,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우리 안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금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헤쳐가는 힘도 4·19정신에 기반한 자율적 시민의식에서 비롯됐다”며 “국민들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일상을 양보해주셨고 사재기 하나 없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격려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닥친 경제위기를 두고 문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을 지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엄중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제 살리기에도 국민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감염병과 함께 닥쳐온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국회에서도, 국민들께서도 함께 마음을 모아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이 추구했던 정치·시민적 민주주의를 넘어 모든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확장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구현해야 할 4·19혁명 정신”이라며 “정부는 통합된 국민의 힘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 질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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