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기 크기를 개그 소재로 삼은 CJ ENM tvN 예능프로그램 ‘플레이어2’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허미숙 위원장)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N·XtvN ‘플레이어2’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전원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앞서 tvN ‘플레이어’는 지난해 성인 남성이 미성년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한 후 거절 당하자 경연에서 탈락시킨 콩트 장면을 내보내 법정제재를 받은 적 있다.

▲지난 2월1일 방영된 tvN ‘플레이어2’.
▲지난 2월1일 방영된 tvN ‘플레이어2’.

tvN ‘플레이어2’는 콩트 형식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어떤 상황과 역할을 설정한 후에는 방송은 출연자 재량에 맡긴다.

지난 2월 방송된 ‘플레이어2’ 1화는 제작 발표회를 개최하는 상황을 설정한 후 출연자들이 금지어를 언급하면 물폭탄을 맞는 형식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기자 역할의 여성 출연자인 신아영씨가 방송인 김동현씨에게 “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들과 기저귀도 같이 입으신다고요? 김동현씨 오늘 입고 오셨나요?”라고 질문하자, 기자 역할의 다른 출연자들이 “보여주세요. 그걸 왜 입고 다닙니까? 시원하게 까주세요. 쌌습니까?”라고 말했다.

기자 역할의 남성 출연자가 “김동현씨는 정혁과 SNS 친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 혹시 항간에 떠도는 정혁씨의 작은 것에 대한 루머 때문인가요?”라고 질문하자 출연자 정혁씨는 “작지 않다. 저는 작지 않다. 나 정혁은 작지 않다 절대로”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씨 성기 쪽에 물대포가 발사됐고 기자 역할의 출연자들은 정씨가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작아서 안 아프신 거 아닙니까? 정혁씨 굉장합니다. 있긴 합니까?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현재 해당 방영분은 삭제됐다. tvN ‘플레이어2’는 지난 2월1일 첫 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21일 종영했다. tvN ‘플레이어’는 21부작으로 마쳤지만 시즌2는 8회 만에 방송을 종료했다. 

CJ ENM 측은 방통심의위에 “이 안건 심의가 조기 종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이 “시청률도 상승 추세고, 시즌1처럼 20편을 내보낼 계획이었다. 조기 종영이라는 나름 극단적 조치한 이유를 말해달라”고 묻자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박성재 tvN 제작사업부 CP는 “롤플레잉을 하면서 웃음을 주려다보니 과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콘셉트를 걷어내고 만든다면 제작 이유가 없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애매하게 유지하는 것보다 이런 콘텐츠를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소영 위원이 “코미디 빅리그도 이런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일단 플레이어를 폐지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고, 또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것 같다”고 지적하자 박성재 CP는 “어떤 콘텐츠가 나올 건지 확답할 순 없지만, tvN에 처음으로 시청자위원회가 생겼다. 성적인 소재나 희롱이 아닌 아이템으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의위원 5인(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김재영·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주장했다.

▲tvN ‘플레이어2’ 포스터.
▲tvN ‘플레이어2’ 포스터.

심의위원들은 CJ ENM이 자체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영 위원은 “내부 심의만 준수해도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부 심의는 어느 방송사보다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자체 심의만 지켜도 좋을 것 같다. 이건 때문에 자체 종영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 역시 “자체 심의 결과를 제작진이 무시했다”고 짚은 뒤 “남성 성기 크기를 개그 소재로 삼았는데, 남성의 성적 수치심이라든가 불쾌감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 밤무대에서나 가능한 수준의 대사가 오갔다”며 제재 수위 의견을 냈다.

허미숙 위원은 “성희롱, 성차별, 장애인 흉내 등은 더는 웃음코드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흉기가 된다. 제작진들이 자각해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사고다. 사회 발전 속도에 발 맞추지 못한 프로그램이다. 일류를 지향하는 모토를 가진 방송사가 이런 방송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