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도 20대 국회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총선 다음날(16일) 열린 4월 임시국회는 ‘공약·법안 처리율 최악’ 평가를 받아온 지금의 국회가 제대로 문 닫고 나갈 마지막 기회다. 임시국회 주요 목적이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라지만, 불과 며칠 전 ‘총선 끝나면 처리하겠다’고 밝혔던 약속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내달 29일 임기가 끝나기 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20대 국회의 진정성을 가늠할 첫 과제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소위 ‘n번방 사건’)으로 대두된 디지털 성범죄 처벌·방지법 처리다. 지난해 11월 최초 보도로부터 수개월이 지나 여론 집중도가 높아졌고, 정치권에서도 총선 즈음 관심이 활발해졌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 발의를 기점으로 약 일주일 동안 8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각 정당과 소속 후보들은 ‘디지털 성범죄 척결’을 외쳤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반대로 총선 전 법안 처리 기회는 사라졌다. 민주당은 총선 전에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20대 국회 임기 내에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임시국회 소집이 성사된 뒤 윤후덕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n번방 후속입법 등을 포함한 시급한 법안도 함께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약속이 지켜질지 관심이다.

▲ 녹색당·미래당·민중당·정의당·무소속 청년 후보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방지와 처벌법 처리를 위한 4.15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녹색당·미래당·민중당·정의당·무소속 청년 후보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방지와 처벌법 처리를 위한 4.15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지난 13일 기소된 조주빈 등 주요 가해자들의 재판·검거를 앞둔 지금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제의 공백을 채우는 일은 시급하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20대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성착취물의 소지(스트리밍 포함), 유포협박죄를 신설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학생과 단체들도 7일 국회 앞에서 △피해자중심 피해촬영물 범위 지정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법적 근거 신설 △유포·협박죄에 성폭력처벌법 적용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명시 등을 요구했다.

‘제주 4·3 특별법 개정’도 정치권이 입을 모은 약속이다. 지난 3일 72번째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완료되기 전 4·3특별법을 개정할 소중한 기회가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20대 국회가 마지막이라도 4·3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임기 내 처리에 확답하지 않았으나 “우리 당의 제주지역 1번 공약이 4·3특별법 개정”이라 언급한 바 있다.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의 명예회복이 골자다. 이념·색깔론에 고통받는 제주도민과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지난 4년 동안 후순위로 밀려왔다. 2018년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뒤에도 여야 모두 법안 처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5건의 관련 법안 모두 폐기를 앞둔 차에 총선 공약으로서 ‘제주 4·3 특별법 개정’이 다시 떠오른 셈이다.

▲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민생당 장정숙 원내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민생당 장정숙 원내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일 성명에서 “총선에 출마한 제주지역 총선 후보들은 여야를 떠나 한결같이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단순히 선거용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면 여야가 힘을 합쳐 5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달 본회의에서 ‘KT 특혜법’ 논란 속에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 등이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래통합당이 2차 추경에 반대입장인 데 비춰 마지막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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