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관련 외신을 인용했다가 오보를 내고 자체 조사에 나선 한국일보가 해당 보도 책임자이자 작성자인 편집국 간부를 문책(경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한국일보 노조 민실위원장과 사회부장이 각각 보고서를 작성했고 양쪽이 동의하는 내용을 최종 진상조사 보고서에 담았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경영진에 보고됐으며 이번 사안을 판단하는 준거가 됐다.

문제가 된 보도는 지난달 15일자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미 NBC뉴스에서 미 하원 마크 그린 공화당 의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 한국일보 지난달 15일자 온라인 보도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 사진=한국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한국일보 지난달 15일자 온라인 보도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 사진=한국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그린 의원은 미 보건당국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가 보도 후 공식 입장을 통해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항체 검사법)을 코로나19 확진 검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한국일보는 거센 반발과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일보 안팎에서 더 큰 문제가 된 부분은 기사 작성자, 즉 ‘바이라인’이었다. 당초 보도의 바이라인은 조철환 뉴스3부문장과 임소형 기자였다.

하지만 임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명 기사’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취재 기자 동의 없이 바이라인에 이름이 오른 것이다. 임 기자는 오보에 대한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7일 공식 입장에서 바이라인 변화에 “기사 수정 과정에서 주된 작성자가 아닌 기자는 기사의 바이라인에서 빠졌고, 해당 기자는 기사가 작성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국일보 내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이 보도 팩트가 잘못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조 부문장을 별도로 불러 엄중 경고했다.

이 사안에 조 부문장의 고의나 의도가 담기진 않았다고 판단했으나 신중해야 할 편집국 간부(부문장)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가 오보를 이유로 징계를 포함한 인사위 절차를 밟는 것은 전례가 없고, 추후 편집권 독립 가치를 흔들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징계가 아닌 ‘경고’가 내려졌다.

또 임 기자 명예회복 차원에서 이태규 편집국장 앞에서 조 부문장이 임 기자에게 사과하는 자리도 열렸다. 

▲ 한국일보가 한국의 코로나키트가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혔다는 자사 보도에 지난달 17일 유감을 표했다. 사진=한국일보 입장문 갈무리.
▲ 한국일보가 한국의 코로나키트가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혔다는 자사 보도에 지난달 17일 유감을 표했다. 사진=한국일보 입장문 갈무리.

이태규 편집국장은 지난달 3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사건은 벌써 개선했어야 할 편집국의 잘못된 관행과 관례를 들춰내는 계기였다”며 “이름 석자 내걸고 글을 쓰는 기자들에게 동의 받지 않은 차명 기사가 더는 관행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앞으로 콘텐츠 관리를 비롯해 우리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고쳐나갈 것을 약속한다”며 “진상조사까지 이뤄진 이번 사태 이후 국장단부터 달라지겠다”고 밝혔다. 내부 기자들이 성명서를 고심하는 등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징계 아닌 ‘경고’로 마무리된 이번 사건이 갈등에서 내부 화합과 제도 개선으로 안착할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일보는 “공동 취재일 경우 주 작성자는 보조 기자에게 기사 작성 취지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바이라인 병기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민감한 사안 보도에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바이라인 병기가 필요할 경우 담당 기자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등 바이라인 관련 개선안을 공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