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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국 문화예술 정책의 민낯을 드러내다
코로나19, 한국 문화예술 정책의 민낯을 드러내다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코로나19가 불러온 재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정부의 복지부동 문화정책

2020년 상반기가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갈 것이라 대체 누가 생각했을까. 2020년은 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다. 다양한 단체와 조직들이 총선을 맞이해 저마다 정책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문화예술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난항에 빠져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비롯하여, 이전 박근혜 정부 시기 문화예술 정책을 대표하는 슬로건이었던 ‘문화 융성’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문화 비전 2030’에 대하여 문화예술인의 요구를 반영하는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도 아무도 앞날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하고 말았다. 2월 이후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야외 활동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 자연스레 특성상 밖에 나가야 하는 활동들 전부가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 호텔 등을 비롯한 관광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 역시 심각한 피해에 직면해 있다. 음악 감상, 도서출판, 만화, 게임 등 일부 기록 매체를 통해 진행되는 문화예술 영역을 제외하면 대다수 문화예술은 행위자(예술가)와 관찰자(관객)가 함께 모여야지만 실행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최적인 조건인 ‘사람들이 밀집한 밀폐 공간’에 해당되는 공연장 대다수가 문을 닫았다. 상반기 공연을 준비 중이었던 연극, 뮤지컬 등 공연 상당수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공연 외 문화 영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술 전시 역시 상당수의 미술관이 무기한 휴관을 선언하며 일부 소규모 전시를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의 경우에는 일부 무기한 휴관을 선언한 몇몇 영화관을 제외하면 다수의 극장이 정상 영업 중이나, 이미 관객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한지 오래다. 많은 관객이 관람해야지만 손익분기를 넘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두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역설적으로 항상 블록버스터에 여기저기 치이며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독립·예술영화를 비롯한 작은 영화들만이 대형 영화가 사라진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개봉을 시도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시도는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관객 2만 3000명을 돌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홍콩 영화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엽문 4 : 더 파이널’이 주말 동안 겨우 1만 5000명 밖에 모으지 못하는 등 전체 관객수 감소는 틈새 개봉을 시도한 영화들에게도 시련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만화(웹툰), 출판, 방송, 게임 등 밖에 나가지 않고서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은 앞서 언급했던 문화예술 영역에 비하면 큰 타격을 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 역시 높은 광고 수익이 보장되는 드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은 방송사나 제작사의 일방적 제작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만화(웹툰), 출판, 게임 영역은 이전부터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기로 악명이 높은 분야다.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 평소보다 창작자들의 건강권을 더욱 신경써야 하지만, 해당 분야의 사업체들이 소속 창작자나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취하는 행동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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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도 변하지 않는 정부의 복지부동 문화정책

이렇게 모든 문화예술 영역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건강권이 침해될까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의 자세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20일부터 4월9일까지 문화예술 영역 창작자와 회사에 대한 여러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문화예술인에 긴급생활자금을 ‘융자’하며, 민간 소규모 공연장에 소독·방역용품이나 휴대용 열화상 카메라를 지원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코로나19 전담창구’를 운영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긴급생활자금 경우에는 공연·스포츠·관광·방송 등 몇몇 영역에 별도로 융자 지원액을 설정하며, 기타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이에 한정하여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강사 정책을 전담하는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코로나19 극복,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온라인 교육 콘텐츠 기획안 지원 사업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방송영상콘텐츠‘기업’에 인건비 융자 금리 0.5%를 감면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개설하는 문화예술 분야 프로젝트 중 코로나19와 관련되거나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프로젝트에 모금액 50%를 지원하는 지원 계획을, 영화진흥위원회는 각 영화관 티켓 매출에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영화발전기금 면제 또는 삭감, 상영관 집중 방역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이하 TBS)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등 공공 공연장 역시 무관중으로 각종 공연을 열되, 해당 공연을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 산하의 각 문화예술 담당 기관에서 저마다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 다수는 이러한 대책들을 반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기관이 발표한 대책 상당수는 ‘융자 지원’이거나 기업을 상대로 한 지원,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하여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일종의 ‘경쟁’ 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야지만’ 지원이 가능하는 지원이기 때문이다. 융자 지원 경우에는 기관마다 이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 내외 저리로 대출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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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긴급 지원. 사진출처=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

그러나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하면 문화예술인의 상당수는 소득이 일반적 직장인보다도 적은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미 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저리나 상환기관을 대폭 늘려 긴급하게 융자를 확대해도 깊이 있게 다가올 리가 없다. 이자가 낮아도 어차피 이 돈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며, 평소에도 수입이 낮은 대다수 문화예술인들에게 상환금은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지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예술활동증명’을 거친 이들만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활동들에 비하여 문화·예술 활동은 제작·준비기간이 긴 것을 감안하여 예술활동증명 기준은 5년간의 ‘공개적’인 활동을 토대로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5년 이상 문화·예술 활동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증명이 또 하나의 문턱이 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급격한 확산으로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하는 사람 역시 폭증하여 심사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의 지원 방식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모금액 지원은 융자 형식의 지원보다는 직접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명확히 증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의 관행상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리워드’(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크라우드 펀딩 역시 유명세나 관심도가 높은 영역에 펀딩금이 쏠리는 일이 많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준비나 여러 문턱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증명하는 것은 더더욱 해당 지원에 대한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 면제·삭감 정책은 멀티플렉스 여부에 상관없이 시행되고 있어, CGV나 롯데시네마 같이 본래 수입이 커 영화발전기금 납부액도 많았던 대형 멀티플렉스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이상의 부수적 피해에 대해서는 문화 정책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드라마 프로그램 등은 촬영이 강행되고 있는 방송 영역에는 방송‘사업체’에 대한 지원만 있을 뿐 방송 노동자에 대한 조사나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는 것에 대한 대책, 이미 수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더욱 급격하게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문화예술인에 대한 접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코로나19로 인한 종합적 피해 상담 창구만 운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코로나19에 대한 ‘긴급 방안’ 상당수가 간접적 지원에 머무르거나 기업 위주의 지원에 쏠리고, 또는 문화예술인이 쉽게 준비하기 어려운 각종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는 물론 그 이전의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시기, 이보다 훨씬 이전인 리버럴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큰 차이는 없었다. 시기에 따라 지원 성향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떤 정권 시기를 막론하고 문화 정책은 다양한 심사 기준에 의거하여 선별적으로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인이나 프로젝트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는 ‘문화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기업 대상의 지원을 활발하게 할 따름이다. 코로나19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지고 있지만, 정부의 문화 정책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문화예술 정책인가?

이미 문화예술인 상당수는 종류만 많을 뿐 준비 절차가 복잡하거나 증명이 쉽지 않은 코로나19 긴급 지원 대신, 직접적으로 생계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갈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20일에 모집이 종료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문화예술 창작자 중 창작활동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이에게 소득 기준 등의 심사를 거쳐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2019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신청자가 4000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원자수만 총 1만4803명이었다. 종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지원자수의 모습은 그만큼 많은 문화예술인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문화예술인들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정부가 ‘생색내기식 긴급 지원’을 중단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연극인이기도 한 김봉석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운영위원은 지난 7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절대로 예술하지 않을 거다”고 일갈하며 정부의 협소하고 제한적 지원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일 성명을 발표하며 코로나19 피해 지원 대책이 너무나도 어렵고 문턱이 많은 것을 언급하며, 직간접적으로 문화예술인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도 배제되고 있음을 지적한바 있다.

@pixabay.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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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이에 대해서 이렇다 할 응답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일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인에게 작은 힘을 더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이 성금 3000만원을 모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생색내기에 치중하는 행보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서울문화재단 정도만이 인건비 및 대관료 긴급 지원, 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예술인 대상 재난 대처 기획안 공모 등을 실시하며 최대한 직접적 지원을 취하려는 뉘앙스를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선정자수는 한정되어 있으며 제출한 서류에 대한 심사를 거쳐 지원이 확정된다. 소위 정부나 공공기관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지원서를 잘 쓰는 ‘페이퍼 단체’에 지원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의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긴급지원은 너무나도 협소하다. 독일은 문화예술 창작자에게는 3개월 최대 9000유로(한화 약 1195만원), 기업을 대상으로는 3개월 간 최대 1만5000유로(한화 약 1991만원)의 ‘즉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해당 지원금은 상환이 불필요하며, 즉시 현금으로 지급된다. 영국의 경우에는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문화예술 창작을 수행하는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총 1억 6000만 파운드(한화 약 2422억원)을 지급하며, 문화예술 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에게는 월 2500파운드(한화 약 378만원)을 상한으로 종업원들에게 임금의 80%를 지원한다. 미국도 미국 연방 차원의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을 통하여 비영리 예술단체의 운영비 충당 목적으로 조성금 7,500만 달러(한화 약 910억)을 준비했다. 일본 또한 최근 정부의 긴급사태선언과 함께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프리랜서 노동자 중 코로나19로 인해 전년 동월에 비하여 수입이 50% 이상 감소한 자를 대상으로 개인당 최대 100만엔(한화 약 1000만원)의 수입감소분을 보조하는 대책을 발표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붕괴 위기에 있는 문화예술을 지탱할 방안도 소극적이며, 해외의 문화예술 분야 기업들이 다른 문화예술인을 위한 성금을 모으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이러한 ‘사회적 환원’조차도 전무에 가까운 상황이다. 마치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도 무척이나 제한적이고 실효성이 부족한 문화정책만을 유지하는 모습이, 상생을 모색하는 대신 자신들의 수익과 이해관계만을 중시했던 문화계 대기업의 모습이 코로나19 유행기인 지금에도 여전한 것이다. 그렇게 코로나19는 무척이나 극단적인 형태로 한국 문화예술 정책의 한계와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지나간다 한들, 전면적 변화가 없이는 그 후유증은 무척이나 길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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