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뚱 M-TP~ 너무 힙한데? 와 한국 자막도 있어.” “중독성 있어요. 자꾸 듣고 싶어요.”

베트남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한국인들이 한 말. 한국인들 반응에 베트남 사람들은 “신짜오”를 연발한다.

베트남에서 한국일보 유튜브 버티컬채널 ‘K-Trend’가 ‘핫’하다. 2017년 채널 개설 후 27만4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1억여명 인구 가운데 절반이 30대 이하고, 한류에 관심이 많고, IT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이 채널 주 시청층은 베트남인이다.

이 채널은 한국인이 베트남 문화를 체험하고, 베트남인이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한국일보는 2016년 10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콘텐츠에는 베트남 인기 배우 ‘치 푸’(가운데)씨가 출연했다.
▲한국일보는 2016년 10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콘텐츠에는 베트남 인기 배우 ‘치 푸’(가운데)씨가 출연했다.

2016년 한국일보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었다. 브랜디드 콘텐츠란 광고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은 콘텐츠를 말한다. 베트남 인기 배우 ‘치 푸’와 한국인들이 함께 한국 화장품을 체험하는 콘텐츠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브랜디드 콘텐츠 성공엔 현재 ‘K-Trend’ 채널 메인 PD인 딩티꾸엔의 역할이 컸다. “2010년 슈퍼주니어를 참 좋아했다. 슈주 노래를 맨날 들었는데 내가 직접 알아듣고 싶었다.” 딩티꾸엔 PD는 K-POP을 좋아했고 하노이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한국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와의 프로젝트 이후 ‘K-Trend’ 채널 메인 PD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인을 타깃으로 한 ‘K-Trend’ 유튜브 채널을 만든 강희경 한국일보 영상콘텐츠 팀장을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사옥에서 ‘K-Trend’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딩티꾸엔 PD(왼쪽)와 강희경 영상콘텐츠팀장(오른쪽)을 만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사옥에서 ‘K-Trend’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딩티꾸엔 PD(왼쪽)와 강희경 영상콘텐츠팀장(오른쪽)을 만났다.

-베트남인 전용 채널을 개설한 배경은?

“2016년 한국일보가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브랜디드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베트남에서 유명한 연예인 ‘치푸’씨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콘텐츠 유통 채널이 없어서 아쉬웠다. 베트남이라 언어 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개설하게 됐다.”

-베트남 시장 특성은?

“브랜디드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베트남이 매우 젊은 나라라는 걸 알게 됐다. 1억명 인구 가운데 30세 이하 인구가 50%다. 베트남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 후 태어난 세대들이 베트남 인구 50%를 구성한다. 젊은 인구가 많으니 역동적이다. 매년 성장률이 5~7%다. IT기술도 굉장히 빠르게 받아들인다. 베트남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면 소비와 확산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다.”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저(팀장)와 베트남인 PD 2명, 출연자 4명 등 총 7명이다. 딩티꾸엔 PD는 채널에서 ‘한국 Q&A’ 코너를 맡아 직접 진행도 한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도희연 PD는 ‘덕질 수첩’이라는 코너를 운영한다. 한국 팬들의 활동과 팬덤 형성 방식을 알려준다. 이 두 PD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리액션 비디오’를 직접 촬영해 편집까지 한다. 베트남 PD들 역할이 크다.”

▲딩띠꾸엔 PD가 한국 Q&A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rend  유튜브채널 갈무리.
▲딩띠꾸엔 PD가 한국 Q&A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rend 유튜브채널 갈무리.

-‘리액션 비디오’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 사람이 출연해야 한다. 베트남 콘텐츠를 보거나 접한 후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베트남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음식, 문화, 언어를 접한 후 한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걸 베트남 구독자들이 좋아한다. 한국이랑 이런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른 점을 알아내는 걸 좋아한다.”

-구독자 국적 분포와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95%는 베트남인이다. 90% 이상이 수도인 하노이와 경제 수도 호치민에서 시청한다. 두 지역이 베트남 주요 도시다. 베트남인들이 현지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연령대는 10~34세 이하가 81%를 차지한다.”

-한국 채널이 아니라 시작할 때 어려웠을 것 같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 때 딩티꾸엔 역할이 컸다. 당시 꾸엔은 프로젝트를 함께 할 인턴으로 들어왔다. 현재는 K-trend 채널 메인 정규직 PD다. 꾸엔이 아이디어도 많고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데 의지가 컸다. 꾸엔이랑 이 시장을 개척하기로 다짐했다. 2016년부터 시작해야 3~4년 뒤 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면 이 플랫폼은 참 글로벌리하다. 어디든 장벽 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엔 한국에서 생성된 채널이라 유튜브가 한국 채널로 인지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노출했다. 초창기 성장이 더뎠다.”

-언제쯤 구독자가 많이 늘었나?

“‘리액션 비디오’를 시작하고부터다. 효자 상품이다. 2018년 콘텐츠가 나왔는데, 그때부터 꾸준히 늘었다. 베트남 관련 문화나 뮤직비디오를 체험하고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말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구독자 정체도 있었을 것 같다.

“구독자 10만이 되기 전 정체가 있었다. 월 1~2만명씩 늘다가 2019년 초 1000명씩 늘었다. 콘텐츠는 계속 새로워야 하고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데, 2018년 성장한 콘텐츠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 비슷한 콘텐츠가 계속 이어져 돌파구가 필요했다. 지난해 손 뚱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본 한국인들이 반응하는 내용의 ‘리액션 비디오’ 콘텐츠 조회수가 400만이 나오면서 구독자가 늘었다.”

▲한국일보 ‘K-Trend’ 유튜브 채널이 지난해 7월9일 인기 가수 ‘손 뚱’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응하는 ‘리액션 미디어’를 제작해 업로드했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K-Trend’ 유튜브 채널이 지난해 7월9일 인기 가수 ‘손 뚱’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응하는 ‘리액션 미디어’를 제작해 업로드했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했다.

-독자들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나?

“한국과 베트남이 비교되는 콘텐츠다. 한국은 이렇고, 베트남은 이렇다고 평가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반응하더라. 일방적으로 한국에 오면 이런 관광지와 음식이 있다고 소개하는 건 잘 공감하지 않는다. K-Trend 출연진들이 직접 베트남 시장에 가서 아오자이도 입고, 음식도 먹으며 리뷰하는 모습을 봤을 때 더 공감하고 좋아한다. ‘손 뚱’을 베트남의 GD, ‘치 푸’를 베트남의 김태희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말이다.”

-콘텐츠가 관심받는 이유는?

“베트남인들은 우리를 친근하게 생각한다. 베트남인들은 한국 사람과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인들도 베트남 여행을 많이 간다.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 서로의 문화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상적 독자 반응은 어떤 게 있나?

“대부분 ‘한국도 저래?’ ‘한국에 대해 이번에 알게 됐네’ 등의 반응이다. 가장 좋은 피드백은 ‘한국에 가고 싶다’ ‘한국 가서 공부하고 싶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 등의 반응이다. 10~20대에게 이런 피드백이 많다. 꾸엔 PD 인스타그램에 DM으로 직접 한국 유학에 관한 문의가 오더라.”

-외국인을 구독자로 한 다른 채널을 만들 의향이 있나?

“‘K-Trend’ 모토가 ‘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쪽에 진출하고 싶다. 그쪽 나라에 관심이 많은데 콘텐츠 전달이 잘 안 된다. 라틴어를 이용해 한국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이 채널은 뉴스는 안 한다. 베트남과 한국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문화 교류가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다. 최근 YTN에서 베트남이 한국인 입국자들을 거부하면서 빵 쪼가리를 줬다고 보도가 됐는데, 베트남에선 ‘반미’(베트남식 바게트빵을 부르는 말)가 주식이고 문화적 자부심이다. 언론이 이를 간과한 채 잘못 보도한 것이다.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해 콘텐츠를 만들겠다. 베트남뿐 아니라 다른나라를 고려한 K-Trend 채널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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