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바탕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신상털이를 유도하는 식의 기사를 쓰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역학조사 결과 자가격리 대상임에도 수차례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그의 공개된 동선 가운데 ‘스타벅스’에 주목했다. “스타벅스 가려고..자가격리 어기고 수차례 외출한 20대女”(세계일보) “자가격리 통보받은 ‘서초구 20대女’, 스타벅스 등 활보”(국민일보) 등이다. 방역 정보 제공에 필요하지 않은 20대 여성이라는 정보를 제목에 언급했다. 이들 기사 댓글에는 여성비하적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은 자가격리 이전 행적까지도 함께 언급하며 A씨가 스타벅스에 자주 들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A씨가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4일인데 통보 이전인 1일에 방문한 경우까지 언급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특히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기사를 유통하는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확진자 동선과 관련한 불필요한 정보를 다수 제공했다.  

위키트리는 “서초구 20대 확진자, 자가격리 어기고 매일 스벅 갔다” “강남 유흥업소에 코로나 퍼뜨린 ‘초신성’ 윤학의 충격적인 동선” “코로나19에 걸린 마담이 근무하는 이 룸살롱의 이름이 밝혀졌다” “그 룸살롱 여종업원은 말했다 ‘내 직업은 프리랜서, 그 남자는 아는 오빠’” “자가격리 사유가 룸살롱 출입이라니… 드디어 터질 것이 터져버렸다” 등 기사를 썼다.

인사이트는 “‘코로나’ 걸린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동선 안 들키려고 한 역대급 거짓말” “코로나 확진 판정 받고 이동 동선 공개됐다 룸살롱 여성 만난 것 들킨 아이돌” “미국에서 돌아와 3일 내내 왕돈까스만 먹었던 서울 관악구 확진자 동선” 등 기사를 썼다. 인사이트는 확진자 동선에서 성적 소수자임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부각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 확진자 동선 공개 관련 위키트리 기사 제목.
▲ 확진자 동선 공개 관련 위키트리 기사 제목.

 

▲ 확진자 동선 공개 관련 인사이트 기사 제목.
▲ 확진자 동선 공개 관련 인사이트 기사 제목.

이처럼 유흥업소 중심의 코로나19 전파와 관련 유명인인 확진자의 신상을 자세하게 노출하는 신상털기식 보도, 선정적인 보도가 많았다. 이들 매체는 유흥업소 확진자 소식을 다루며 룸살롱 관련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 매체는 여러 사안에서 선정적인 면을 부각하거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써 확진자 동선을 활용했다.

이 같은 보도는 방역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방역당국의 동선 공개 취지와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 비난 받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 이 같은 동선 공개 보도로 확진자가 ‘타깃’이 되면 오히려 당국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가디언은 지난달 6일 한국의 확진자 동선 공개에 관한 기사를 내고 “한국의 미디어가 그들(확진자)의 동태에 주시하면서, 시민들은 그들의 사적인 삶이 드러나 있는 동안 공포와 흥미에 섞여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발표는 클릭 장사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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