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고발한 MBC 보도에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야권 추천 이사가 편파 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MBC가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침묵하면서 야당에 불리한 보도에만 힘을 쏟는다는 불만에서 비롯한 문제 제기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방문진 사무실에서 ‘2020년 상반기 업무보고’를 개최했다. 이날 보도본부 보고는 민병우 MBC 보도본부장이 직접 출석해 방문진 이사들 질의에 답했다.

야권 추천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민 보도본부장은) 채널A 관련 보도가 특종이고 사회 어젠다(agenda)가 됐다고 평가하지만, 신라젠 주식 폭락 피해자들의 아픔을 관심 있게 보도한 뒤 채널A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비판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MBC 뉴스만 보는 사람은 신라젠이나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구성원들이 이런 아이템 발제를 안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여당 편향이라는)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달 31일부터 연이어 채널A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동재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MBC 보도 후 채널A가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김재호 채널A 대표이사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하는 등 MBC발 채널A의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유착 의혹이 채널A 재승인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도인 이사는 “채널A 보도와 관련해 채널A 기자(와 이철 전 대표 지인 간의)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면 공개해야 하는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받지 않아도 될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 뒤 “코로나19 뉴스에 관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1조원 넘게 팔았다는 소식을 3월17일 KBS, SBS, JTBC 등이 보도했는데 MBC는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가 MBC 보도 내용과 배치에 구체적으로 발언하는 건 ‘보도 개입’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김 이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지속적으로 MBC 보도를 집중 비판했다. 김 이사는 박근혜 정권 시절 MBC 공정성 추락에 큰 책임이 있는 인물로 내부에서 꼽힌다. 전국언론노조는 2017년 6월 김 이사를 ‘언론 부역자’ 명단에 올린 바 있다.

그는 “2012년 파업 이유는 ‘왜 이명박 내곡동 사저 의혹을 보도하지 않느냐’, ‘왜 FTA 반대 시위를 보도하지 않느냐’였다”며 “(박성제 MBC 사장은) 조국 사태 당시 ‘언론의 검찰 받아쓰기’를 크게 문제 삼았던 분인데, 왜 지금 MBC는 이모씨(이철 전 대표) 발언을 받아쓰고 있는지 이 문제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오늘 보도하는 내용은 수감 중인 이철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저희는 당사자의 충분한 반론을 포함해 이번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취재를 계속해 나갈 거란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보도한 뒤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그 주변 인물이 65억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고 들었다”는 이 전 대표의 말을 보도했다. “교차 확인까지 다 마치고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김 이사 주장이다.

민병우 보도본부장은 김 이사가 제기한 편향 시비에 “특정 진영 유불리에 따라 기사를 쓰지 않는다”면서도 “한쪽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 추천 유기철 이사는 “이 세상에 중립적 시각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뉴스를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보도할지, 어떻게 하면 공정방송을 달성할지 고민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사장은 과거처럼 낙하산 사장이 아니다. 편파 의도가 없는데 오해를 사게 되는 상황에 난감하겠지만, 아이템 선정과 데스크 과정에 보다 더 쏠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야권 추천 최기화 이사는 “공정성은 논의할수록 끝을 낼 수 없는 주제다. 하루 전체 뉴스 편성, 개별 기사의 내용 등 각 기준에 따라 의견이 나뉘는 게 공정성이다. MBC 통합뉴스룸(보도국) 차원에서 공정성 기준을 자체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인 전 MBC편성제작본부장(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MBC판 출연자 블랙리스트와 관계없어”

본 인터넷신문은 2020년 4월10일자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회 도마 오른 채널A 기자 보도” 제하의 보도에서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2017년 MBC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가 제작한 ‘MBC판 출연자 블랙리스트’라는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MBC편성제작본부장이던 김도인씨는 “자신은 언론노조의 주장과는 달리 ‘MBC판 출연자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없으며, 이 사실은 검찰 조사 등을 통해서 확인되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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