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되기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위성 정당이라며 비난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도 발목을 잡을 거라는 것도 압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할 겁니다.”(4월4일 양이원영 페이스북)

25년간 환경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을 지냈다.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가 급증한다는 식의 각종 왜곡 보도를 검증·비판해오며 핵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던 그는, 돌연 집권 여당의 비례 위성 정당으로 향했다. 적지 않은 비판·비난이 쏟아졌다. 왜 그랬을까. 8일 양이원영 후보에게 물었다. 

“자유한국당 1호 공약이 탈원전 폐지였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만드는 걸 보면서 원전당이 제1당이 될까 두려웠다. 모든 것이 거꾸로 갈 게 명확했다. 어떤 식으로든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기 원했다. 그리고 녹색당이 참여하길 원했다. 녹색당이 전 당원 투표결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비례연합정당에 못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비례연합 정당 만들면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요.” 지난 3월20일 양이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민주당 비판은 녹색당이 배제된 데 따른 아쉬움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녹색당이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을 활용하길 원했다. “녹색의 가치를 원내에 진출시킬 길이 있다면 그게 최우선이다.” 그런데 본인이 시민단체 추천을 받게 됐고, 국회로 가기를 결심했다. 그는 “25년간 함께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로 가져오고 싶다”고 했다. ‘녹색 깃발’을 국회에 꽂겠다고 했다. 

▲영덕 핵발전소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환경운동가 양이원영씨의 모습. ⓒ양이원영 제공
▲영덕 핵발전소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환경운동가 양이원영씨의 모습. ⓒ양이원영 제공

“국회에 우리 (탈석탄·탈원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현장으로부터 나왔다. 위성 정당은 반대하지만, 너는 어떻게든 들어가라는 요구가 강력했다. 자원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그린피스에 비해 국내 환경운동연합 이런 단체들은 너무 가난하다. 옛날처럼 헌신하는 활동가체제를 언제까지 요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면 일할 수 있는 멋진 팀을 구성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방사성물질 문제를 제보했다고 핍박받을 때 한수원 사장을 부를 수 있다.” 

양이원영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면 환경운동가들의 대변인 역할을 할 권한과 힘이 생기는 것”이라며 “나에게 욕을 실컷 해도 된다. 다만 녹색 깃발을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원전과 석탄발전소 비율이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여전히 집권 여당은 탈석탄·탈원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당내에서도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양이원영 후보는 “한국 사회가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빠른 원전 감축에 대해선 흔쾌히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은 수십만 명의 반핵 집회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시민사회의 한계도 있다. 사회가 얼마나 바라느냐, 그 부분에서 성에 못 차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의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정상화나 석탄발전·원전 조기폐쇄정책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한계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정치권·정부 모두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사회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전환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데,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주장하는 것과 그걸 실현시키는 것은 다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나와 정반대의 사람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 정부에 아쉬움은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한다. 사회가 변화하려면 정치가 달라져야 하고, 좀 더 진보적인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내게 기회가 열렸고 참여하게 됐다.”

그는 국회에 들어가면 에너지전환기본법(혹은 그린뉴딜기본법)을 만들 생각이다. “석탄발전·원전 조기폐쇄를 하면 사업자들과 노동자에 대한 일정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오래된 건물의 에너지 소비도 상당한데, 단열이 잘 되는 건물로 리모델링 하면 에너지도 적게 들고 실내 곰팡이도 안 생겨 쾌적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뉴딜 사업은 재개발과 다르게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재정투자로 일자리를 만들고, 에너지 소비도 줄이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위한 법을 만들고 싶다.” 

▲더불어민주당과 공동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양이원영 후보의 모습. ⓒ양이원영 제공.
▲더불어민주당과 공동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양이원영 후보의 모습. ⓒ양이원영 제공.

‘산으로 간’ 태양광도 지붕, 도로 옆, 앞마당으로 옮길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재생에너지가 비싸다. 인허가과정이 굉장히 길고 간접비가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세우려면 100%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100%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태양광도 거리규제가 있는 나라가 없는데, 우리는 있다. 원전과 석탄 유지를 원하는 이들이 태양광 패널에 중금속이 있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그러니 태양광이 산으로 간다. 태양광은 지붕, 도로 옆, 집 앞마당에 있어야 한다.” 

‘전기요금의 정상화’도 강조할 계획이다. “우리는 지금 전기요금에서 원전과 석탄의 환경비용·위험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에 대한 외부비용, 즉 미세먼지 비용, 핵폐기물 비용, 온실가스 비용을 정당하게 내고 써야 한다. 우리가 내야 할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전기요금의 구성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민들에게는 위험한 원전으로 만든 전기 대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전기요금의 발전원을 선택하지 못하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 원전’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왜곡·과장 보도는 앞으로도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 작업이 필요하다. 대만에서는 교육부가 에너지전환 교육을 한다. 지금은 언론에 의해 탈석탄·탈원전이 정쟁이 되어버렸다. 에너지 정책 문제를 정치문제로 끌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른으로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정쟁을 넘어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양이원영 후보는 ‘2050년 탄소 제로 사회 전환’이란 목표도 내걸었다. “2050년 탄소 제로 사회 전환은 현실적으로 큰 도전이다. 사회 전체가 합심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우리가 경제 규모도 크고 인구도 많고 에너지를 많이 쓴다. 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의 87%가 에너지사용에서 나온다. 수송은 전기차로 바꿔야 하고, 발전소도 대부분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집에서 쓰는 전기도 재생에너지여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한번 정착되면 연료가 없어서 무한대로 싸게 쓸 수 있다.” 그는 국회에 ‘녹색 깃발’을 꽂고,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을 주도할 생각이다. 25년 차 환경운동가가 ‘위성 정당’으로 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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