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대표 이성덕) 대주주인 이두영 전 회장의 가족들이 대주주 측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보도가 나온 후 직접 직원들을 만나 “당신 똑바로 살라” 등의 위협 발언을 해 논란이다. 노조는 회사에 “이들(대주주 일가)에게 강력히 경고하고 직원에게 사과하라”며 요구했다.

청주방송 직원들은 지난 6일 오전 사옥 안에서 이두영 전 회장 사촌동생인 이아무개씨 고성을 들었다. ‘청주방송을 겨냥한 보도의 배후는 노조’라거나 ‘제보자를 색출하라’는 요구였다. 내부고발자가 노조라며 노조 간부를 비난하는 말도 여러 차례 나왔다. ‘누가 제보했는지 싹 찾아내겠다’며 욕을 하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오후에도 벌어졌다. 이 전 회장의 아들 A씨도 이날 청주방송을 들러 직원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사를 잘 보고 있다’고 인사했고 특정 직원에겐 “당신 똑바로 살아”라고 말했다. 또 “기사에 나온 게 한 줄이라도 사실이면 이 자리에서 할복한다”며 “이것도 녹취해 미디어오늘에 제보할 것이냐”고 물었다.

▲청주방송 간판.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간판.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지난 5일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보도가 나온 후 바로 다음 날 청주방송을 방문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씨가 소속된 C사가 지난 십수 년간 행사 무대 설치, 조명·발전차 임대 등으로 청주방송과 수의계약해 수익을 올려왔다고 보도했다. C사는 올해 웨딩홀, 공연장 등이 있는 CJB미디어센터 위탁운영자로 낙찰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 아들 A씨가 임원으로 있었던 ‘ㅍ사’는 2015년께 청주방송과 자회사 ‘엔터컴’으로부터 총 2억 원 상당의 지분투자를 받았다고 공시돼 있다. A씨는 2015년까지 엔터컴 등기이사였다.

[ 관련기사 : 회장 사촌에 일감 몰아주고 아들 회사에 투자하는 방송국 ]

회사 내부에선 당장 직원 협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씨와 A씨가 청주방송 임직원이 아니란 점에서 업무방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씨는 청주방송 협력업체 운영자이고 A씨는 대주주 아들인 점을 제외하면 청주방송과 무관하다.

이 같은 행동이 대주주 비호 아래 이뤄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두영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 전체 직원이 참석한 조회에서 “회사를 와해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에 내가 흥분한다”며 “(내부고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회사를 와해시키는 조직에 대한 것을 엄단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고 이재학 PD 사망 사태를 조사·수습하는 과정에서 청주방송에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자 이 같이 발언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지부장 장원석)는 8일 성명에서 “회사는 치안 유지를 촉구하는 노조 요구를 묵살했다. 출입 제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다”며 “(폭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 만약 노조원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인사위원회는 물론 해고까지 몰고 갔을 것”이라 비판했다.

청주방송지부는 노조를 내부고발자로 지목하는 데 대해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소문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재연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 “백주 대낮에 회장 친인척이 난동·폭언을 한 것에 대해 대책위는 매우 분노한다. 사건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을 겁주려는 명백한 협박행위”라며 “회사도 경찰을 부르거나 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상황을 방조한 것”이라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