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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강준만 서평 ‘단독’보도에 “그리 다급했나”
조선일보 강준만 서평 ‘단독’보도에 “그리 다급했나”
강준만의 ‘진보비판’만 앞다퉈 인용한 조중동… 출판사 측 “편협·정치적 의도 보여”

정치·언론의 위선과 반지성주의를 비판해온 언론학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책과 생각이 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이례적이다. 강 교수가 2000년대 ‘안티조선운동’을 의제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지면 배치만으로도 눈길을 잡았다. 하지만 그 목적이 4·15 선거를 앞두고 ‘진보학자도 비판하는 친문 진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도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다.

강 교수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출판한 박상문 인물과사상사 편집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에 강 교수 신간 관련 기사가 실리는 과정을 ‘폭로’했다.

▲ 조선일보 8일자 2면.
▲ 조선일보 8일자 2면.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7일 오후 신간 서평 보도를 이유로 박 편집장에게 강 교수 사진을 요구했다. 박 편집장은 토요일자 서평 코너에 실리는 줄 알고 사진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1시간여 만에 조선일보에 “[단독] 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도 안 지켰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가 보도됐다. 서평 기사에 ‘단독’을 붙인 것이다.

박 편집장은 “이번주 월요일(6일) 점심 무렵 70여군데 언론사에 릴리스를 했다. ‘단독’은 오직 자신만 아는 아이템을 보도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이 책 보도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단독’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도서 서평 기사에 ‘단독’이라는 말을 단 사례는 세계 언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편집장은 조선일보 기사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만으로 채워졌다며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가 오로지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한 인상을 줬다”고 비판했다. “새 책에서 직설적으로 비판”, “‘문 대통령, 조국사태 사과 없어 국론 분열’”, “‘유시민은 프락치사건 있었던 1984년에 갇혀있어’” 등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부제목이나 지면 제목이 책 내용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 편집장은 “서평 기사를 조선일보 1면에 실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명명백백하다”고 비판했다.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강 교수가 유시민 이사장을 겨냥해 “맹목적인 당파성을 ‘진보’의 자리에 올려놓고 ‘어용’이라는 말 안에 녹아 있어야 할 수치심을 지워버렸다”라고 비판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 발언은 손희정씨의 ‘페미니즘 니부트’에 나오는 대목을 발췌·정리한 것이다.

박 편집장은 “얼마나 기사 작성 시간이 급했으면 이렇게 부실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썼을까 싶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후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쳤다. 1시간 만에 기사 댓글은 1000개가 넘었고, 오늘(8일) 오후 기준 3670여개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보도 후 주요 매체들은 “당일 기사를 송고해야 한다” 등의 말로 전화를 걸어왔고 조선일보 서평을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 박 편집장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세 보수신문은 모두 이 책이 진보진영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씌웠다. 어제(7일) 저녁 늦게는 TV조선에서도 연락이 왔다. 취재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TV조선도 조선일보와 동일하게 보도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편집장 설명에 따르면, 조중동 보도 후 연합뉴스, 한국일보, 국민일보, 머니투데이, 뉴시스, 세계일보, 서울경제, MBN, 매일경제, 아시아경제, 뉴스1, 일요서울, 서울신문, 뉴스타운, 문화일보, 아시아경제 등 20여 군데가 7~8일 책 서평을 보도했다.

제목도 유사했다. “친문 비판 대열에 강준만까지 가세?”, “진보 성향 교수 강준만, 쓴소리 ‘文, 조국에 애틋한 심정… 2차 국론 분열 불씨’”, “진중권→우석훈→김경률→강준만… 文 정권에 돌직구 던진 ‘진보 지식인’들”, “강준만 교수, 문재인 대통령·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판” 등이다.

▲ 문화일보는 8일자 사설. “수치심 내던진 文정권 ‘御用(어용) 지식인’ 비판한 진보학자”
▲ 문화일보는 8일자 사설. “수치심 내던진 文정권 ‘御用(어용) 지식인’ 비판한 진보학자”

문화일보는 8일자 사설(“수치심 내던진 文정권 ‘御用(어용) 지식인’ 비판한 진보학자”)에서 강 교수 신간을 인용하며 “문 대통령과 ‘무개념’ 친문 지식인들은 기본과 수치심이나마 갖춰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박 편집장은 “맨 처음 보수신문이 이렇게 이 책을 앞다퉈 보도한 이유는, 그것도 진보진영을 비판한 한 대목만 편의적이고 자의적으로 발췌해 보도한 이유는 결국 4·15 총선 때문”이라며 “진보 인사가 진보진영을 비판한 책을 냈다는 것을 기사로 내보내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중도세력을 보수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 편집장은 “보수신문들은 다급할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됐는데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그러니 세 보수신문이 아등바등, 불철주야, 삼고초려 등의 심정으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고 기사를 부랴부랴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편집장은 독자들에게 “강준만 교수의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보시기 바란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이 얼마나 편협하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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