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아리송한 윤봉길 의사 손녀의 역사관
아리송한 윤봉길 의사 손녀의 역사관
윤주경 ‘총선은 한일전 표현은 국민분열’ 강제징용 보복 수출규제 상황 외면

미래한국당 비례 1번 국회의원 후보로 지명된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전 독림기념관장은 최근 몇몇 인터뷰에서 친일과 항일에 관한 역사관을 드러냈다.

윤주경 전 관장은 8일자 뉴시스 인터뷰에서 보수정당의 친일 문제의식에 대한 고민을 묻자 “어느 순간부터 보수의 가치는 친일, 진보의 가치는 항일로 이분법적으로 된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면 반 쪽 짜리 역사가 되는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 한반도의 반쪽인 남한의 역사인데 그것마저도 반이 되면 4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관장은 특히 친일청산이 되지 않은 우리 역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항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친일행위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일제 총독부가 만든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독립운동을 갖고 반 쪽으로 나뉘는 것은 아직 친일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일본의 마지막 총독이 한국을 떠나면서 친일과 항일이라는 두 개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이 사람들은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했다. 윤 전 관장은 “일제가 만든 프레임을 아직도 못 벗어났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윤 전 관장이 말하는 친일과 항일의 싸움은 항일한 사람들이 친일을 비판하는 일로 읽힌다. 주권을 강제로 빼앗고 파괴적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제에 부역한 행위는 그 자체로도 책임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헌법 전문에 있는 3·1운동을 계승하는 정신에도 위배된다.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위법행위를 단죄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상을 기록하고 책임자들이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자들은 반성은커녕 독립운동가들조차 빨갱이라 낙인찍으며 억압했다. 이런 부당한 행위와 이들의 친일 전력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성이 있다. 이를 어찌 총독부의 프레임이라 할 수 있을까. 윤 전 관장의 주장은 역사의 맥락과 진실에 대한 곡해일 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단독]윤봉길 손녀 “총선이 한일전? 할아버지는 원치 않으실 것”’에서 여권 지지층이 ‘이번 총선은 한일전’ ‘토착왜구 박멸’ 등의 구호에 윤주경 전 관장이 “할아버지께선 자신이 사랑했던 나라가 국민 갈등과 분열을 통해 둘로 나뉘기를 바라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윤 전 관장은 이 신문과 통화에서 “독립 운동의 참뜻은 국민 통합에 있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2월7일 황교안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입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2월7일 황교안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입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은 지난해 7월1일 일본이 우리에게 반도체소재 핵심 부품 수출을 일방적으로 규제한데서 비롯됐다. 일본은 말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을 문제삼았다가, 자신의 수출품목이 북한에 넘어갔다든지 등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은 정부의 대응을 반일감정으로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이 남아있지 않다는 일본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기면서 되레 한국 대법원을 트집잡았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강제징용이라는 ‘불법행위’를 배상하라는 것이지 청구권협정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표현만을 문제삼아 국민분열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난해 수출규제 파동의 전후맥락을 모두 배제한 주장일 뿐이다. 이 시기에 윤 전 관장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윤 전 관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오후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 견해를 묻자 “외교라는 것은 정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신의를 잃지 않고 품위를 지키면서 어떻게 하면 국익을 최대한으로 추구할 수 있느냐가 초점”이라고 답했다.

윤 전 관장은 미디어오늘이 △분열을 걱정하는 것보다 친일부역행위에 책임을 묻고 기록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수출보복에 어떤 견해인지 △강제징용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는지 등을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질의했으나 8일 오후 현재까지 연결되거나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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