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모 전 KBS 부사장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던 한국기자협회가 언론계 반발에 지난 3일 추천을 공식 철회했다.

정 후보를 추천했던 한국PD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의 단체장들이 모두 추천을 철회한 것이다. 정 후보는 8일 통화에서 “KBS 기자·PD들이 추천에 반발하고 비판했던 것 모두 받아들인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후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저를 추천한 이후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을 것인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3단체 대표에게 언론계를 대표할 총선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는 내부 논의 끝에 추천 단체에서 빠지기로 했고,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과 고찬수 한국PD연합회장은 공모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현재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이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왼쪽)과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김동훈·미디어오늘.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왼쪽)과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김동훈·미디어오늘.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한국기자협회 회원사인 KBS 기자협회 등은 현업단체의 일방 결정과 정 전 부사장의 정치권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찬수 PD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정필모 전 부사장의 비례대표 출마가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신뢰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추천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후보 추천을 철회했다.

고 회장의 후보 추천 철회에도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나 지난 3일 “판단이 쉽지 않았지만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따라서 저는 오늘 몹시 무거운 마음으로 정필모 후보에 대한 후보 추천을 철회한다”며 후보 추천 철회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저는 현 시대 언론개혁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필모 후보가 언론개혁을 위해 헌신할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에는 결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 8일자 기자협회보 2면.
▲ 8일자 기자협회보 2면.

김 회장은 “당초 최종 후보 추천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했다는 이유로 KBS 지회(KBS 기자협회)를 비롯한 기자협회 내부 의견 수렴에 소홀했던 점도 깊이 반성한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기자협회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집행부를 비롯한 회원 여러분들의 의견 수렴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와 별개로 저는 언론계의 ‘폴리널리스트 논란’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언론계도 직능단체로서 관련 분야의 목소리를 대변할 분이 마땅히 국회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인의 공직 진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8일 통화에서 “저도 언론인의 정치권행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KBS 후배들의 지적과 비판을 이해한다”며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김동훈 회장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꼈을 텐데 되레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다만 현 상황에서 후배들 비판과 단체들의 추천 철회에 좌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에 발을 내디딘 만큼 언론개혁과 미디어혁신 법제 마련에 힘을 쏟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 미디어 생태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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