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매체 선호에 의한 매체 소비 행태 변화와 신문 독자의 급속한 감소, 광고주의 이탈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 정보의 전문성과 심층성 약화에 따른 저널리즘의 위기,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멀티미디어 시대와 다양한 어플의 디지털 매체 환경 변화에 대처 미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년 전 펴낸 ‘한국 신문의 미래 전략’이라는 책에서 한국 신문의 위기를 진단한 내용이다. 현재도 이 같은 진단은 유효하다. 윤전기에서 갓 나온 종이신문이 계란판의 주원료가 되는 현실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면 주전부리 포장지가 우리 신문지였다는 목격담까지 나온다. 

▲ 주요 신문지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 주요 신문지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자구책은 신문 산업 지원 제도로 귀결되지만 본질은 신문 매체 불신에 있다. 많은 플랫폼이 상업적이고 정파적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신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택적 정의’는 보편의 가치를 가진 정의를 어느 한쪽만 선택해 적용했을 때 역설적으로 정의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제 식구 감싸기다. 상대편 주장이 못마땅할 때 그들을 비난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무릇 언론이라면 선택적 정의가 벌어지는 현상을 분석하고 나아가 선택적 정의라는 말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선택적 정의, 즉 정파적 보도를 일삼고 있는 게 우리 신문이다.  

6일자 조선일보 1면 보도 내용을 보자. 조선은 “與·비례 원팀작전, 그끝은 국회·공수처 장악”이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를 내세워 첫 번째 목표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30석을 얻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위성비례 정당이 20석 이상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원내 1당과 3당을 차지함으로써 국회·공수처까지 모두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썼다. 

▲ 조선일보 4월6일자 1면 보도
▲ 조선일보 4월6일자 1면 보도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 독재 아닌 독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의 인물의 희망 섞인 기대를 부풀려 야권 지지층에 공포심을 확산시키는 것인데 ‘여권에 표를 주지 마라’는 노림수가 뻔히 보인다. 노골적인 정파적 보도의 전형이다. 

정파적 보도가 지면을 채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3월 신문 지면을 분석한 결과 정책 관련 보도의 비중은 한 자리수에 그쳤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더욱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는데 정책 기사는 되레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의 기본 역할은 후보자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거나 정치적 의제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해설해주는 것이다. 적어도 신문은 다양한 여론 형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신문 산업 지원 제도 역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신뢰 회복과 독자 확보라는 선순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 등을 강조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한국민족문화대백과)로 정의한다. 경쟁 미디어의 증가, 광고주 의존 심화, 포털 뉴스의 범람 등 신문 산업 위기에 여러 외부 요인이 있다지만 위기를 말할 자격을 스스로 걷어차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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