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시리즈 순위 조작에 의한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된 엠넷 안준영PD와 김용범CP 등에 대한 3차 공판이 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렸다. 앞서 변호인측은 순위 조작에 따른 업무방해를 인정하면서도 이날 두 명의 증인신문을 통해 순위 조작과정에서 그 어떠한 압력이나 부정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프로듀스X101’ 메인 작가였던 이아무개씨는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모든 의견은 제작진이 모인 전체회의에서 다수결로 결정됐다”며 “안PD가 특정 연습생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PD는 특정 연습생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순위 조작을 목격한 적도 없고 (PD로부터) 특정 연습생에게 유리하게 대본을 작성하라고 지시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사전에 특정 연습생에게 미션곡을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안무 창작과정에서 안무가가 후배 안무가에게 안무 창작을 재의뢰했는데 여기서 보안 문제가 생겨 미션곡의 일부가 유출됐다고 들은 적 있다”고 밝혔다. 

‘내 권한으로 특정 연습생의 탈락을 보류했다’는 취지의 안PD의 음성이 담긴 증거물에 대해서는 “안PD가 당시 특정 연습생의 탈락 보류를 주장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위 업무는 작가가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 1~3 작가 박아무개씨의 진술과 관련해선 “나에게는 그런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준영 엠넷 PD(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안준영 엠넷 PD(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안PD와 20년 친구라고 주장한 이아무개씨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시즌4에서 자신의 회사 연습생을 내보내 방송에는 나갔지만 “안PD로부터 도움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연습생은 101명에 포함되었고 1차에서 탈락했으며, 이후 지난해 말 방송된 ‘프로듀스101’ 일본판에서 최종 20명까지 포함됐다. 이씨는 이날 ‘안준영PD의 제안으로 무리하게 시즌4 시작 직전 연습생 계약을 해서 내보낸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질의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해 7월 안PD와 카카오톡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당시 대화 내용이 남아있느냐는 질의에는 “핸드폰을 여러 번 바꿔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준영이에게 왜 조작했냐고 물어봤더니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안PD와 김CP가 수의를 입은 채 두 사람의 증언을 들었다. 안PD는 공판이 끝나고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방청석에선 ‘프로듀스101’ 팬으로 보이는 이들이 재판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구속됐으며, 안PD는 연습생들의 방송 분량 등과 관련해 소속사의 향응접대 등 청탁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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