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기자 단톡방 사건 피의자는 일간지 기자, 방송사 성우 등
기자 단톡방 사건 피의자는 일간지 기자, 방송사 성우 등
12명 중 1명 기소, 검찰 “초범이고 경미한 사안”… 여성단체 “반성보다 ‘들키지 말자’ 생각만 강화시켜”

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논란이 된 ‘언론인 단체 카카오톡방 사건’은 검찰이 죄질이 경미하다고 판단하면서 피의자 대부분이 무혐의·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불기소이유서 등을 보면 피의자 12명에게 적용된 총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9명)와 명예훼손(3명), 형법상 모욕(1명), 성매매특별법상 성매매(1명)와 성매매 광고, 그리고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1명) 등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1명에게만 약식명령을 청구(약식기소)해 법원에 넘겼다. 

가장 많은 피의자가 포함된 음란물 유포의 경우 피의자 9명 모두 기소가 유예됐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나 그 수준이 경미해 재판에 넘길 필요가 없다는 검찰 판단이다.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됐다고 추정되는 불법촬영물. D씨가 지난해 1~2월에 두 차례 유포했다. D씨는 이번 사건에서 12명 중 유일하게 약식명령이 청구된 피의자다.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됐다고 추정되는 불법촬영물. D씨가 지난해 1~2월에 두 차례 유포했다. D씨는 이번 사건에서 12명 중 유일하게 약식명령이 청구된 피의자다.

 

검찰은 피의자 9명 모두 초범이고 음란물 사이트 링크 등을 일회적으로 게시해 사안이 경미하고 모두 범행을 자백·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성범죄 피해자나 가해자 신상 정보를 공유하고 모욕적인 말을 한 명예훼손 혐의의 경우 대부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피해자 사진과 실명을 유포한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를 비하하는 언급을 추가로 하지 않은 점 등 피해자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혐의로 특정한 A씨 문제 발언.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며 공소권 없음으로 최종 종결됐다.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혐의로 특정한 A씨 문제 발언.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며 공소권 없음으로 최종 종결됐다.

 

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두고 ‘어디 업소 에이스처럼 생겼다’거나 ‘수녀님 비스무레한데…’ 등이라고 한 A씨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명예훼손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 의사와 별개인 모욕죄가 적용된 B씨도 ‘보호관찰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가 유예됐다. B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원색적으로 2차 가해하고 허위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담은 지라시를 공유했다. 검찰은 B씨가 초범이고 반성하는데다 지라시를 편집하지 않고 단순 전달해 죄질이 경미하다고 봤다. 

성매매 및 성매매 광고 혐의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중국에서 여성 3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고 단톡방에 밝힌 C씨는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썼다’고 진술했다. C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피의자 12명 모두 단톡방의 대화를 주도한 적극 참여자였다. 사진은 B, E, G씨의 문제 발언과 음란물을 유포한 화면을 갈무리한 것.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성매매 후기, 음란물 및 관련 사이트 링크는 2년 넘게 일상적으로 올라왔다.
▲피의자 12명 모두 단톡방의 대화를 주도한 적극 참여자였다. 사진은 B, E, G씨의 문제 발언과 음란물이 유포된 화면을 갈무리한 것.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성매매 후기, 음란물 및 관련 사이트 링크는 2년 넘게 일상적으로 올라왔다.

 

유일하게 기소된 D씨는 ‘클럽 버닝썬 영상’으로 알려진 불법 촬영물을 언론인 단톡방에 유포했다. D씨는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된 영상 두 개를 지난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올렸다. D씨는 성폭력 가해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사진 2장을 유포해 명예훼손죄가 적용됐으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모욕, 성매매 광고,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를 받은 익명 참가자 5명은 기소가 중지됐다. 검찰은 “소재 불명으로 인적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며 “인적 사항이 확인될 때까지 기소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불기소 이유서를 바탕으로 12명을 추적한 결과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지 및 지역지 기자와 방송사 성우인 것으로 확인했다.

성범죄 사건마다 2차 가해, 촬영물 요청한 피의자들

수사기관이 특정한 혐의는 이들이 나눈 대화의 극히 일부다. 검찰에 송치된 12명은 언론인 단톡방에서 대화를 주도한 이들이다. 기록이 확인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기간 동안 단톡방에 공유된 사진은 590여장, 포르노·불법 촬영물 유포 사이트 링크는 140여개다. 이외에도 단톡방의 상당 부분은 성매매 업소와 여성과의 즉석 만남 후기, 다른 참여자들의 화답으로 채워졌다. C씨가 특히 ‘헤비 업로더’ 역할을 했다. 

여성혐오적 발언도 횡행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된 B씨는 여성을 자주 ‘먹히는 존재’로 표현했다. B씨는 각종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음란물 공유, 불법 촬영물 요구 등 문제적 대화 대부분에 참여했다. 

▲단톡방 참가자들이 성범죄 피해 연예인들의 사건을 놀이처럼 대하는 모습. 지난해 11월 숨진 고 구하라씨도 단톡방 피해자였다. B, H씨는 2차 가해성 발언을 가장 자주한 참가자였다.
▲단톡방 참가자들이 성범죄 피해 연예인들의 사건을 놀이처럼 대하는 모습. 지난해 11월 숨진 고 구하라씨도 단톡방 피해자였다. B, H씨는 2차 가해성 발언을 가장 자주한 참가자였다.
▲경찰이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특정한 C, D, E씨의 발언. 모두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이 났다.
▲경찰이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특정한 C, D, E씨의 발언. 모두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이 났다.

 

참가자 모두 성범죄에 경각심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숨진 고 구하라씨를 향한 2차 가해도 서슴치 않았다. 구씨는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다. 촬영물이 유포됐다는 입말이 돌자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영상) 구하라!!’(피의자 E씨) ‘사진이라도 좀’(B씨) 등의 말을 카톡에 남겼다. 이 직후 구씨와 관련 없는 음란물이 유포됐다. 

A씨는 특히 성범죄 여성 피해자들을 높은 수위로 조롱했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 피해자 사진이 유포됐다는 글이 올라오자 A씨는 ‘가즈아’ ‘보고 싶은 사람 다들 사진조공하자’ ‘(사진 공개 후) 화장빨도 정도가 있지’ 등의 글을 남겼다. 여성 연예인과 포르노배우의 몸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을 본 후엔 ‘역시 인류 기술 발전은 포르노가 이끈다’라거나 ‘비트코인이 그쪽(포르노) 업계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면 이렇게 골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나머지 기소유예된 F·G·H·I·J·K씨 등 6명도 모두 성범죄 제작물 공유를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양예원씨 고발로 공론화한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 촬영물부터 아이돌 딥페이크 피해 사진, 가수 정준영씨 및 클럽 버닝썬 불법 촬영물, 성폭력 피해자 신상 정보 등이었다.

이 사건 최초 고발 단체 DSO(디지털성폭력아웃) 관계자는 “이 사건 가해자 가운데 1명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1명은 보호관찰소 교육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았다”며 “가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들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뿐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는 인식의 전환은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이들은 보다 철저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새로운 단톡방을 만들어 같은 폭력을 반복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달 24일 논평에서 “기자 단톡방 사건 결과는 그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폭력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은 사이버 성폭력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절실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