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구로 보험사 콜센터에서 벌어진 뒤에도 현장은 변한 게 없다”며 에이스손해보험 등 콜센터 원청이 직접 책임지고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은행 콜센터 그린시에스지회와 민주일반 공공연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천안센터지회,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희망연대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콜센터 관련 노동조합은 7일 오전 에이스손해보험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케이트윈타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설비도, 인력시스템도 원청과 계약에 묶인 현장에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점검은 감염대책이 될 수 없다”며 에이스손해보험이 직접 피해보상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당시까지 구로 콜센터 노동자 216명 중 94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가족 226명 가운데 34명이 감염됐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집단감염이 발생한 에이스손해보험을 포함한 대다수 콜센터 사업장에서 현재까지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고, 밀집을 피하려 업무 공간을 확대하는 사례도 찾기 어렵다.

사무금융노조 정광원 여성위원장은 “에이스손해보험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통은 본인의 확진판정에 그치지 않고 가족들의 확진까지 이르고 있다”며 “한 노동자는 암 투병하는 배우자에게 전염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회사는 모든 일이 나와 무관하다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동조합들은 7일 에이스손해보험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케이트윈타워 앞에서 ‘구로 콜센터 감염대책 원청 에이스 손해보험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동조합은 7일 에이스손해보험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케이트윈타워 앞에서 ‘구로 콜센터 감염대책 원청 에이스 손해보험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이들은 원청이 콜센터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집단감염 사태를 낳았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에이스손해보험은 지난달 5~6일 ‘비상 경영계획을 실행한다’며 정규직 직원 42명을 구로 콜센터에 보냈고, 이는 대규모 밀접 접촉의 계기가 됐다.

콜센터 노동자 A씨는 이 자리에서 편지 대독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뒤 하청과 원청 중 어느 업체에서도 공지를 받지 못했다. 내가 알아보고 물어보고 어떻게 보상 받을지 찾아내고 있다. 임금까지 삭감되고, 다른 직장까지 알아봐야 하는 억울함은 도대체 어디에 호소하느냐”고 토로했다. 이들은 “노동자 감염 책임은 산업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사업주의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청 에이스손해보험에 있다”며 직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정부의 콜센터 현장점검도 실효성 의혹이 인다.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이들에 따르면 현장에선 점검 직전에 가림막을 세우는 정도이고, 더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은 전화점검에 그치는 실정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감염 피해에 고용불안까지 시달리고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에이스손해보험은 사무금융노조의 대표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편, 하청 콜센터 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산감사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감사 결과에 따라 원하청 간 계약이 중단될 수 있고, 이것이 하청에 소속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는 건설현장, 조선소에만 있지 않다. 하청 노동자들은 닭장같이 빽빽한 콜센터 사무실에서 아파도 쉬지 못하고 감염위험에 내몰린다”이라며 에이스손해보험이 나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직접고용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원청이 콜 실적을 성과와 연계해 달성하지 못하면 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실적성과 연계제도’도 폐지하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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