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입 기자 취재 관행에 비판과 반론이 활발한 가운데 연합뉴스 기자들이 대주주(뉴스통신진흥회) 기관장의 ‘검언유착’ 비판 글에 편집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공식 항의했다.

지난 2일 열린 연합뉴스 노사 편집위원회에서 노측 위원들은 “기자들 사이에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의 SNS 글이 편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불만이 높다”며 사측에 입장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산하 공정보도위가 현장 기자에게서 문제 제기를 접수한 후 노사 기구 공식 질의로 올린 것이다.

발단은 강기석 진흥회 이사장이 지난달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란 제목의 글이다. 강 이사장은 MBC, 뉴스타파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가 연루된 비리 사건을 보도하는데 다른 언론에선 인용 보도도 하지 않는다며 검찰 출입 기자들이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3월16일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 갈무리.
▲3월16일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 갈무리.

 

강 이사장은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 언론에 몸담은 젊은 기자들, KBS, YTN,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공영언론에 몸담은 젊은 기자들”을 거론하며 “왜 검찰 권력과 싸우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글은 일부 인터넷 언론이 인용하면서 신속히 퍼졌다.

연합뉴스에선 갑론을박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내부게시판에 “간접적으로 경영진과 편집국을 압박해 편집권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저런 칼럼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써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기석·경영진 동반 퇴직을 요구한다”는 강도 높은 항의 글도 게시됐다.

강 이사장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도 있다. 한 직원은 17일 내부게시판에 “이건희는 재벌 쓰레기이고 윤석열은 정권과 맞짱뜨는 시대의 의인이라는 다수의 인식 탓에 그 가족은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 된 것인가”라 물으며 “취재하고 시쳇말로 ‘얘기 안 되면 얘기 안 된다’고 보도하면 그만이다. 강기석의 행태가 잘못인지를 따지는 유치한 말 하지 말고 기본부터 하자”고 적었다.

이성한 편집총국장은 노측 질의에 “연합뉴스 편집권은 편집총국 내에 있다. 강기석 이사장 글 등으로 편집권이 흔들린 적은 없다. 문제가 된 글이 편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3월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3월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연합뉴스 기자들이 강 이사장 글과 관련해 공식 항의한 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연합뉴스 편집위는 지난해 8월에도 ‘검찰 인사 보도를 둘러싼 편집권 외압 시도 정황’을 안건으로 다뤘다.

노측은 “당시 검찰 인사를 둘러싼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사장 의견이 경영진에 전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에도 편집총국장은 “이사장 의견은 하나의 의견으로 간주해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며 편집권 침해 논란에 선을 그었다.

홍제성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누적되는 내부 불만에 “노조는 이사장 자격으로 기사를 평가하거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언론노조위원장, 노조 간부들과 강 이사장을 만나 내부의 문제 제기를 전달했다”며 “향후 대응은 내부 논의를 거쳐 정할 것”이라 밝혔다.

강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관심과 비판, 제언은 편집권 침해와 구별된다. ‘편집국 외부에서 기사나 편집 방향에 의견을 내는 건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내 언론관에 비춰 검찰 출입 기자들의 문제는 심각하다. 모든 기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공영언론을 다 언급하면서 연합뉴스를 거론한 것이지 특별히 지칭한 게 아니”라 밝혔다.

강 이사장은 또 “편집권 침해라면, 내가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꼭 해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해야 하는데 그런 건 일절 없다”며 “페이스북 글에 영향 받으면 받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일 뿐 (난) 편집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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