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소위 ‘n번방 사건’) 사건이 ‘추적단 불꽃’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기획보도를 시작했고, 국민일보도 올해 3월 ‘n번방 추적기’로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시민들이 이 사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을 막으라며 입법 청원을 제기한 것도 이미 두달 전 일, 졸속 처리로 입법 기회를 놓친 국회는 다음 국회의원선거를 준비하느라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텔레그램에 이어 이제 또 다른 메신저까지 가해자들의 범행 공간은 갈수록 넓어지고 진화하고 있지만 입법부의 답변은 여전히 ‘나중에’다. 총선 전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제안에 의원 95%가 응답하지 않고 있다(정의당 청년선대본 조사, 6일 기준). 절대다수 현역 의원들의 외면 속에 마지막까지 ‘총선 전 국회’를 요구하고 있는 소수정당 청년 후보 4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중년·남성·엘리트.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반복되는 ‘주류의 얼굴’이다. 국회 바깥에서 청년정당 활동을 이어온 김소희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는 “지금 국회의원 대다수는 아직도 가부장적이거나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있기에 안일한 것 아닌가 싶다”며 “본인들 관심사인 부동산이나 노후 문제,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본인들이 강남에 부동산을 서너 채 갖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2018년 ‘#미투’를 비롯해 임기 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접해 온 20대 국회가 그만큼 피해자 곁에 섰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돼왔다. 김 후보도 “미투 이후 관련 법안을 검색해보니 145건이었는데 30%만 처리됐고 나머지는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스쿨미투’를 예로 들며 “최근에도 교육청에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가해자 신상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가해) 교사들 사생활’을 운운하며 공개를 거부한 일이 있었다. 아직도 이런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교편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소희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김소희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근 드러난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끝난다는 ‘학습효과’를 낳았다. 김 후보는 “다크웹 성착취 사이트의 경우 세계 32개국이 공조해서 수사한 결과 한국인이 운영자로 밝혀졌다. 해당 사이트에 신생아 성착취 영상이 있었고 인기검색어가 4살, 6살이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받았다”며 “n번방 가해자인 조주빈 등은 공권력을 비웃고 있다. 잡혀도 금방 풀려날 걸 알았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했다. 그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어떠한 형태의 성범죄라도 엄벌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성교육의 문제다. 굉장히 보수적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인권교육과 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정치권을 향해 “미래통합당은 말 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디지털성범죄 3법을 내놨으면 통과시키면 될 일이지 왜 21대 공약으로 미루나. 민주당과 정의당, 의지 있는 정당들만 합심해도 국회를 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청와대 청원 등에서) 500만명이 분노한 사안을 이렇게 처리하면서 국회 스스로 공범이라고 ‘셀프 인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4월15일 새로운 세력과 의지를 가진 정당들에 표를 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0%로 나왔다. 3%씩 나누면 10개 정당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는 1, 2당이 차지할 테니 비례대표 만큼은 관심 있는 의제에 따라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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