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참패’했다. 여론조사에 의존했던 언론도 마찬가지로 에측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 1당, 새누리당 참패, 국민의당 돌풍…. 여론조사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의원선거는 어떨까. 다행히 여론조사 방법은 4년 전과 달라졌다. 

20대 총선 이후 충격에 빠진 여론조사업계는 RDD(Random Digit Dialing, 기계가 생성한 무작위 번호로 전화 걸기)기법 확대적용, 연령·지역·성별 쿼터를 최대한 충족시킴으로써 사후보정가중치 최소화, 선관위 신고를 거친 질문구성 등 조사 과정에 변화를 줬으나 기본적 틀에서 변화는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등장한 가장 큰 변화가 ‘안심번호’ 도입이다. 

안심번호는 조사 대상자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일회용 가상번호로, 조사업체에서 돈을 내고 성별·연령별·지역별 번호를 통신사에 요청하면 안심번호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선전화 중심의 방식이 갖고 있던 보수층 과대표집 우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앞서 20대 총선에선 여론조사업체가 휴대전화 사용자의 지역 정보를 알 수 없어 가구 전화(유선전화) 중심 조사가 불가피했다. 254곳의 지역구로 나눠 여론을 조사하다 보니 표본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안심번호는 성별·연령·지역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개표방송 화면 갈무리.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개표방송 화면 갈무리.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7일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선 표본의 대표성이 제일 중요하다. 무엇보다 표본이 지역의 유권자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금은 1인 1휴대폰 시대다. (안심번호가) 가구 전화일 경우 발생하는 대표성의 제한을 해소하고 표본의 대표성을 개선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도 “지난 총선과 달리 안심번호 도입으로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공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표본 추출 틀은 대부분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통해 구성되고 있으며 조사방법에서 무선전화면접(사람)과 무선 ARS(기계)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비율도 1대9 또는 2대8이 일반적이다. 다만 안심번호를 도입하며 업체입장에선 조사비용이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조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무선전화의 경우 유선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떨어진다. ARS의 경우도 전화면접에 비해 낮은 응답률을 나타낸다. ARS를 두고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특정 진영의 응답자가 많은 가능성이 있는 조사”(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라는 지적도 있다. 

윤희웅 센터장은 “선거결과는 투표한 사람들만의 여론이며, 여론조사는 투표 안 할 수 있는 사람의 여론까지 포함되는 것”이라며 “선거결과와 여론조사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에게는 여론조사를 100% 신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자세다. 

앞서 지난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통계학회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같은 설문도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온 조사 방식은 ‘ARS 휴대전화 안심번호 100%’로 48.4%였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낮게 나온 조사 방식은 ‘ARS 집전화(유선전화) RDD 100%’로 34.2%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주로 활용된 ‘ASR 집전화·휴대전화 RDD 혼합방식’의 경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1.2%로 나타났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이 생긴다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접속해 위와 같은 여론조사 구성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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