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기에 좀 한가해 보일 수 있지만, 재난 이후의 사회를 위해서라도 꼭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바로 ‘우리의 세금은 공정한가’이다. 

세금이 공정하려면 두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모든 소득에 차별 없이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이런 원칙을 염두에 두고 현실의 세금제도를 살펴보자. 만일 집을 사고 팔아서 수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얼마가 과세될까. 1가구 1주택자이고 일정 기간 보유한데다 주택의 기준시가가 9억원 이하라면 수억원의 소득이 발생해도 세금을 내진 않는다. 그렇다면 다주택자에겐 제대로 세금을 걷고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처럼 정책적 수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다주택자도 기다리다가 기회를 노리면 된다. 물론 부동산을 구매시에 취등록세, 보유하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낸다. 하지만 이 거래세, 보유세 등은 부동산으로 얻는 이익을 감안하면 미미한 편이다. ‘돈은 일해서 버는 게 아니라 부동산으로 번다’가 한국에선 ‘상식’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이를 방치한 세금 제도의 탓도 있다. 다른 소득만큼 부동산 차익엔 제대로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부동산 양도소득세만 불공정한가. 2000만원 이하의 부동산 임대소득은 2018년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9년부터 과세하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2000만원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14% 세율을 적용 받는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세율을 적용 받기 전에도 필요경비를 일률적으로 소득의 60%가 적용되 선공제 받은 뒤에 400만원의 기본공제가 추가로 적용된다. 이렇게 상당한 혜택을 받는데도 임대소득은 제대로 신고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자·배당·금융자산 양도차익 등의 소득도 공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자산 양도차익은 상당분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의 적용을 받는다. 물론 이런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엔 여러 복잡한 이유와 이해관계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소득이 다른 소득에 비해 차별적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득세 전반은 어떨까. 유승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7년 통합소득 자료를 보면 상위 4~5% 소득계층은 1인당 평균 세전 소득이 9830만원이었고, 각종 비과세 감면을 뺀 과세표준의 평균 금액은 1인당 7040만원이었다. 이들이 낸 소득세는 1인당 평균 970만원으로 소득 대비 세금은 9.9%였고, 세율이 적용되는 금액인 과세표준 대비 세금액은 13.8%였다. 소득세 세율표를 보면 9830만원의 소득자는 35%의 한계 세율을 적용받지만, 이들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은 훨씬 낮다. 그렇다면 모두가 이렇게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홍우형, 강성훈 한성대 교수가 2018년에 발간한 ‘소득세 법정세율과 실효세율 격차에 대한 연구’를 보면 오히려 중고소득층의 비과세·감면 혜택이 과도하고,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유독 크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세액공제 중심의 연말정산 개편으로 약간 바로잡았을 뿐이다. 

▲ 세금. 사진=gettyimagesbank
▲ 세금. 사진=gettyimagesbank

재난 시기에 공정한 세금 제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발표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보편 지급, 선별 환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에겐 선별지원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훨씬 쉽게 선별하고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선별환수’다. 이 환수를 일회성으로만 할 수도 있지만, 이참에 세금제도에 누적된 문제들을 같이 해결하면 효율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약간의 안전망을 더해줄 정기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세금의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잔 얘기가 아니다. 점진적으로 세제 개혁과 수당 및 복지 강화를 병행하잔 주장이다. 그게 필자가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한 이유였다.

우리는 모두에게 더 안전한 사회, 더 효율적인 재분배 체계를 운영해 효과적으로 불평등으로 개선하는 정부를 가질 수 있다. 세금 제도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가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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