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보물이 도착했다. 각 가정에는 지역구 후보 공보물과 비례대표에 후보를 낸곳 중 15개 정당 선거공보물이 배달됐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은 총 35곳으로 일부 정당은 공보물을 만들어 보내지 않았고,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대표 선거에 대응한다. 

미디어오늘은 각 당이 내놓은 정책 내용에 대한 평가나 선호도를 배제한 채,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담았는지, 이를 어떤 식으로 전달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공보물을 살펴봤다. 

정책 대신 ‘친문’ 마케팅, 더불어시민당 

공보물에는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 즉 당의 정책과 비례대표 후보자 정보 등 크게 두 가지를 담아야 한다. 이 관점에서 가장 문제가 있는 건 여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5번) 공보물이다. 해당 공보물에는 제대로 된 정책을 담지 않았다. 

▲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선거공보물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넣었다.
▲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선거공보물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넣었다.

 

더불어시민당 2~3쪽엔 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 방향이 아닌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현 정부 성공에 함께하겠다는 메시지, 집권여당과 국회를 바꾸고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실었다. 민생정책, 각종 개혁과제, 국가비전 등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공보물의 주된 메시지는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우니 한 표라도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당을 소개할 때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더불어시민당이라고 했다. 이는 정의당 등 다른 진보정당이나 또 다른 여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등으로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누가 ‘진박(진실한친박, 진짜친박)’인지 경쟁하던 지난 정권과 다를 것 없는 수준의 정치마케팅으로 촛불정신의 퇴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책의 찬반을 떠나 선거의 기본 중 하나는 자신들이 준비한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이에 대해 평가받는 것이다. 더구나 집권여당이라면 타 정당보다 현실성있고 구체적인 국가비전을 제시할 의무가 더 크다.  

더불어시민당은 플랫폼 정당으로 기능했다. 소수정당이나 시민사회 인사를 비례대표 앞 순위에 배치하며 위성정당이란 꼼수에 참여했다는 비난을 완화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더 다양한 색깔과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친문’ 마케팅에 동원된 셈이다. 

박근혜 얼굴 나온 공보물, 친박신당과 우리공화당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을 선거전략으로 세운 정당은 더불어시민당 뿐 아니다. 특히 우리공화당(7번)과 친박신당(11번)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얼굴을 공보물에 담았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넣은 친박신당(왼쪽)과 우리공화당 선거공보물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넣은 친박신당(왼쪽)과 우리공화당 선거공보물

 

우리공화당은 한장 짜리 공보물 앞면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사진을 실었고, 뒷면에 박근혜씨 사진과 비례대표 후보자들 사진을 실었다. 우리공화당 비례후보에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있다. 우리공화당은 △주 52시간제 폐지 △법인세 인하 △공수처 폐지 등 자신들 공약을 공보물에 실었다. 

친박신당은 두장짜리 공보물 앞면에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등 세명의 전직대통령 사진과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 사진을 싣고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공보물 맨 뒷면엔 박근혜씨와 홍 대표가 함께 찍힌 사진을 담았다. 한편 기독자유통일당(19번)은 박근혜씨 사진을 넣진 않았지만 공보물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광화문 집회 사진을 넣었다. 

후보자 정보 자세한 정의당, ‘기호6번’ 표기 못해  

대다수 공보물에는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학력·주요이력 등을 간략하게 표기했다. 후보자 정보 뿐 아니라 그의 공약까지 가장 자세히 담은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이 제시하는 개혁방향을 2~3쪽에 제시했고 뒤쪽엔 비례대표 주요 후보자별 메시지를 담았다. 청년노동자 후보가 “김용균을 위한 국회”를 만들겠다며 △스무살 모든 청년에게 기초자산 3000만원 지급 △청년주거수당 등 공약을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 정의당 선거공보물 첫 페이지. 사진=정의당
▲ 정의당 선거공보물 첫 페이지. 사진=정의당

 

정의당 비례대표 기호인 ‘6번’을 공보물에 표기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20일 원유철 미래통합당 의원이 탈당해 미래한국당에 가면서 4번에서 5번으로,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27일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더불어시민당으로 가면서 정의당은 6번으로 바뀌었다. 원내정당은 의석수 순으로 정당번호를 부여한다. 

지난달 23일부터 공보물을 준비하던 정의당이 기호를 입력하지 못한 채 공보물 인쇄를 시작했다.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로 앞번호를 차지하며 국고보조금을 챙기는 등의 꼼수로 정의당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의당은 선거공보물 첫 페이지에 문자음성변환 시스템인 ‘보이스아이(음성)’ 코드를 넣었다. 고령자나 시각장애인 등 활자를 읽을 수 없는 정보소외계층을 위해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국민의당, 각 분야별 비례대표 후보자 소개 

비례대표는 지역구와 달리 각 계층 특히 직능대표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설명할 때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설명해주는 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다. 정의당에 이어 후보자 전문성 별로 설명한 곳은 국민의당(10번)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에서 의사로 봉사하던 안철수 전 의원 사진으로 첫 페이지를 장식한 국민의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진 출신 후보, 청년후보, 일하는 엄마후보, 교육전문가후보 등이 각각 어떤 후보인지 구분해놨다. 각 정당의 공약을 실제로 책임질 후보를 알리는 효과가 있다. 

진보정당들의 공보물은?

정의당은 총 12쪽(6장)짜리 두툼한 공보물을 선보였고 정책에 대해서도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민중당(8번)은 4쪽(2장)짜리 공보물인데 2면에 걸쳐 왜 진보정당이 필요하고 비정규직과 농민 등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 불평등을 되물림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 첫 페이지를 파격적으로 디자인해 주목을 끄는 공보물 중 하나다. 녹색당(23번)은 2쪽(1장)짜리 공보물이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지만 기후위기, 페미니즘 등 최대한 공약 설명에 비중을 뒀다. 제주2공항 백지화, 4대강 재자연화 등 지역 맞춤형 공약도 적었다. 

▲ 21대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들의 선거공보물. 사진=이우림 기자
▲ 21대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들의 선거공보물. 사진=이우림 기자

자세한 정책은 QR코드로 

미래당(26번)과 여성의당(29번)은 각 공보물이 한 장짜리다. 공보물을 만들지도 못한 정당이 있을만큼 비용문제가 있어서다. 보통 A4용지 사이즈로 선거공보물을 인쇄하지만 여성의당은 절반인 A5 크기로 공보물을 냈다. 두당은 선거공보물에 담지 못한 공약을 QR코드로 스캔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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