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언론·미디어 공약을 발표했다. 미래통합당은 ‘공수 교대’에 따라 상반된 공약을 제시했다. 열린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 진흥’ 정의당은 ‘소수자 약자 중심’ 미디어 공약을 강조했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전면에 내건 데다 민주당 정책과 비교해 내용이 선명해 이목을 끌었다. 악의적 허위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오보방지법 제정, 언론중재위원회 폐지 및 언론소비자보호원 신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편을 통한 종편 규제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언급한 이후 언론의 비판이 거셌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반민주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악의적인 허위보도라는 전제가 중요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채널A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가 기사화됐다면 악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보도는 언론 자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미래통합당 미디어 공약.
▲ 미래통합당 미디어 공약.

지난 총선 때 별도의 언론·미디어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는 공영방송 개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폐지를 제안하면서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통합당의 미디어 공약은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의 공약과 유사하다. 당시만 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치 심의를 주도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저지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지난 정부 때 발의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독립성, 중립성, 공정성 담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의원의 법안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 때 이사회 3분의 2가 동의하도록 해 야당이 반대하면 사장을 뽑을 수 없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반면 20대 총선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 심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발표했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는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공조했던 민생당과 정의당이 일관되게 공영방송 책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 2016년 1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6년 1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미래통합당과 열린민주당은 상반된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열린민주당은 종편을 보다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해 방통심의위 개편을 제시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방통심의위에 대해 “야당 불리 편파방송에 대한 심의신청 결과 행정지도 1건, 기각 36건”이라며 “편파성 및 불공정성이 도를 넘으며 고유 기능을 못하는 유명무실 기관이므로 심의기능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열린민주당은 ‘언론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언론은 몇몇 특권 가문이 장악하고 영구집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과 종편을 겨냥한 표현으로 보인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공영방송 KBS, MBC, EBS를 언급하며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력의 지나친 개입으로 편파방송은 매우 고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여러 정당이 제시한 미디어 관련 공약들은 그 자체로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면서도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파적인 접근을 한 결과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열린민주당의 ‘언론개혁’ 공약.
▲ 열린민주당의 ‘언론개혁’ 공약.

‘미디어 산업’ 부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구체적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디어 기구 일원화를 제시하고 미디어 혁신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인 크리에이터 및 MCN산업 육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지원,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독립제작사에 혁신 콘텐츠 활성화 지원 등을 제시하며 콘텐츠 산업 진흥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해외 사업자에는 역차별 문제를 개선하고 규제 집행력을 확보해 국내 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시민,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미디어 정책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정의당은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차별을 재생산하는 미디어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 지원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미디어 기구 주요 인사를 뽑을 때 특정 성별의 쏠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고 방통위에 젠더 담당관을 두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의당은 시민 권리 강화 측면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도달률을 확대하고, 공동체라디오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또한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설치 대상을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해 시청자의 목소리가 방송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미디어 노동’ 문제에도 주목했다. 정의당은 유료방송 설치수리 업무 등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확대, 방송사 재허가 심사기준 개정을 통한 방송 갑질 문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비례위성정당을 제외한 7개 정당에 △미디어 노동자의 권리 존중 △언론의 독립성과 공적 책무 강화 △시민 참여와 결정에 따른 미디어 거버넌스 확립 △미디어 규제·진흥체제의 개혁 △공적 소유 미디어의 독립성 확보 △민영방송의 공공성 강화 △미디어다양성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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