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5일 밝혔다. 종교시설·체육시설·유흥시설 등 유흥제한 조치가 연장되고 개학연기 등 거리두기도 이어진다.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의 참여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자 신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질적 효과를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자제를 호소했다. 이날 9개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조간 기준) 가운데 국민일보, 조선일보를 제외한 7개사는 모두 사설을 통해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아래는 각 신문별(가나다 순) 관련 사설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혼란보다 인내가 낫다
동아일보: 격리 일탈, 느슨해진 거리 두기…힘들어도 좀 더 고삐 죄자
서울신문: 확진자 하루 50명 이하까지 ‘고강도 거리두기’ 지속해야
세계일보: 사회적 거리 두기 2주 연장,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해야
중앙일보: 느슨해진 위기의식, 더 큰 위험 부른다
한국일보: 전 국민에게 다시 요구되는 2주 동안의 인내와 자제
한겨레: 자가격리자들의 자제와 엄격한 관리 절실하다

 

▲ 4월6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 4월6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경향신문 사설은 “지난 2주간 실시된 고강도 거리 두기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거리 두기 이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사례는 물론 교회와 어린이집 등 밀집시설에서의 집단발생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한 뒤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가 50명, 감염경로 미확인율이 5% 아래로 떨어져야 평상시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일상방역’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5일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81명 늘었는데 40명이 국외 유입 사례다. 일부에서는 방역을 위해 해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외 유입 확진자의 91.7%는 우리 국민이다. 이들의 귀국을 막을 수는 없다”며 “입국자 전원에게 실시되는 자가격리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을 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앞으로 2주간 바짝 강도를 높여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등교 개학 지연으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덜 수 있다”면서 “정부도 국민의 인내만 요구할 게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입국자 전원 진단검사 및 자가 격리 관리 강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마스크 대책 등 오락가락 행정으로 실책을 범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시민 각자가 거리두기 정책엔 힘을 실어 주고 능동적으로 협조할 때”라 밝혔다. 중앙일보는 “현 상황의 종료가 늦어지고 장기화할수록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입는다”며 “지금 우리는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회적 공감 능력 ‘측은지심(惻隱之心)’이 필요한 고빗길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 4월6일자 한국일보 14면 기사.
▲ 4월6일자 한국일보 14면 기사.

한국일보는 대구한국일보 창립 4주년을 맞은 ‘온힘 온마음’ 릴레이, ‘힘내라 대구·경북’을 14~15면에 게재했다. 코로나19로 특별재난지역이 된 대구·경북 시민들의 인터뷰를 전하는 기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등 지역 정치인들과 장세철 독도바르게알기운동본부 회장, 류병선 영도벨벳 회장, 김이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등 지역 단체·기업 관계자들 목소리, 이종호 대구한국일보 편집위원회 회장 등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한국일보 ‘코로나 양극화, 불편한 민낯’ 기획은 고립된 노년층의 회복이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디지털 중심의 비(非)대면 ‘언택트(untact)’ 문화에 익숙한 20~30대 청년들은 코로나 국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반면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인들은 공포에 질린 채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노인 계층의 신체와 정신건강 회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다”며 “전체 노인 가구 중 독거노인과 노인부부 형태가 약 40%인 점을 감안하면 정보에 뒤쳐지는 노인계층은 코로나 사태에서 안전과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인들의 신체와 정신건강 악화가 우울증을 비롯한 사회병폐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세대간 디지털정보 격차를 축소해서 노년층의 자립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지역 주민에 대한 기관의 봉사 활동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며 “세대별 격차를 줄이는 매개 역할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에 “이번엔 다 잡힌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선 ‘이번엔 다 잡힌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겨레는 경찰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을 잡아들이는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공범’들이 공권력을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10면(“박사 힘내세요”…수사 아랑곳 않고 활개치는 신생 n번방들) 기사는 온라인에 “‘우리가 박사다’ 대놓고 공권력 비웃는 n번방 공범자들”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겨레는 167명이 입장한 ‘우리가 박사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박사가 미성년자 등을 협박, 강요해 제작한 불법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응원메시지 #후원 #artistsbaksa #후원시비밀혜택’등의 해시태그가 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178명이 입장한 성착취물 공유방에서 기존 ‘n번방’의 성착취물을 재유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배상훈 프로파일러(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분석관)는 한겨레에 “소라넷, 양진호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이 떠들썩해도 결국 몇 명밖에 처벌되지 않고 용두사미 되던 것을 본 학습효과”라며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잡히면 중형을 받는다는 ‘엄중성’과 형량은 낮더라도 반드시 잡힌다는 ‘확실성’ 모두에 실패했다”며 “다른 범죄를 예방하려면 이번에는 ‘반드시 다 잡는다’는 수사의 확실성을 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월6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4월6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디지털장의사 업체 이지컴즈의 박형진 대표는 세계일보 인터뷰(“박사방 관전자고 IP 등 추적 가능…‘못 잡을 것’ 믿음 깨야 재발 막아”)에서 박사방의 단순 관전자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우선은 운영자나 헤비업로더(다량의 자료를 공유한 사람) 위주로 추적 중이긴 하지만 원론적으로는 관전자들도 다 찾을 수 있다”며 “불법촬영물 공유 사이트나 대화방 이용자들은 ‘다운로드도 죄’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는 건 죄가 아니고 잡히지도 않는다고 믿지만 현실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 성착취물을 상업용 성인물처럼 보는 이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추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조주빈과 공범 대질조사…검찰, ‘범죄단체조직죄’ 퍼즐 맞추나)은 “검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범 천모씨(29)의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위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사법당국이 ‘박사방’ 공범 수사를 넓히는 것은 ‘범죄단체조직죄’(형법 114조) 적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되면 조주빈과 공범 전원에게 최고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조주빈 측은 성착취 영상물 관련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지시 관계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대법원은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으로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통솔체계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검찰이 조주빈의 2차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오는 13일까지 범죄단체조직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청법 위반 혐의로 우선 기소한 뒤 보강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법원은 금주 ‘박사방’ 공범들에 대한 공판을 연다. 성착취물 제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모씨에 대한 1차 공판은 오는 8일 오후 2시15분 열린다. 이틀 후인 10일 오전 10시30분에는 강씨에 대한 2차 공판이 진행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도 10면에 “박사방보다 손석희 건이 더 크다고 봤다”는 조씨 주장을 담은 기사를 실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이날 경향신문 연재코너 ‘미디어세상’에서 “성착취 보도, 피해 생존자의 ‘미래’를 말하자”고 권했다. 김 교수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미디어 보도들에서는 기존 성폭력 범죄 보도와는 다른 양상이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요인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미투 운동 이후, 여성 기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가해자 중심의 보도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를 과거로 보내고 피해생존자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언론 보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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