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창원-거제를 아우르는 영남권 진보 벨트를 복원시킬 것.” 2016년 20대 총선에서 노회찬 당시 후보가 했던 말이다. 노회찬 후보와 더불어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각각 윤종오, 김종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노동자 벨트’ 복원은 현실이 됐다.

21대 총선을 11일 앞둔 가운데 노동자 벨트의 판세는 이전과는 다르다. 20대 총선 당시와 가장 큰 차이는 ‘단일화 여부’다. 세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와 진보 후보가 단일화를 했던 당시와 달리 민주당이 완주를 목표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 2016년 총선 민주노총 전략 후보 당선자 기자회견.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창원 성산),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울산 동구) 당선자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16년 총선 민주노총 전략 후보 당선자 기자회견.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창원 성산),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울산 동구) 당선자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창원 성산, 3자 단일화 사실상 무산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창원 성산은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의 3자 단일화가 추진됐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세 후보 모두 민주노총 출신이다. 창원 성산은 창원 공단 노동자들의 거주지로 노회찬 전 의원, 여영국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3월 31일 경남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 43.9%, 정의당 여영국 후보 22.9%,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 18.1%, 민중당 석영철 후보 4.5%, 국가혁명배당금당 조규필 후보 2.2%, 민생당 구명회 후보 0.7% 순으로 나타났다. 여영국, 이흥석, 석영철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판세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 3자단일화를 추진한 노동계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석영철 후보.
▲ 3자단일화를 추진한 노동계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석영철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 조사는 지난달 29일 선거구별 만 18세 이상 남녀 507명에서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각각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에서 ±4.4%포인트이며, 응답률은 6.2~7.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 측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6일 이전 단일후보 결정을 목표로 3일까지 협상을 시작할 것을 민주당 이흥석 후보 측에 제시했으나 단일화 방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일 여영국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민주당 이흥석 선거대책본부에서 오늘까지 입장을 전달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며 “투표용지 인쇄 전 창원시 성산구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후보 단일화는 민주당 이흥석 후보 측의 거부로 사실상 좌초됐다”고 밝혔다.

이흥석 후보측은 여영국 후보가 제안한 인물적합도 여론조사 방식이 현역 의원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흥석 후보는 여론조사와 함께 정당 지지율, 인물 지지도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이흥석 후보와 정책협약식 “이번 총선에서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 중앙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협상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건 아니다.

울산 동구 북구 정의당 민중당 단일화 했지만

20대 총선에서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과반 득표로 당선된 울산 동구와 북구 역시 단일화가 순조롭지 않다. 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 후 민중당에 입당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민주당 후보가 완주를 하지 않는 비공식 단일화가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이들 후보를 지원 유세하기도 했다.

▲ 지난달 19일 정의당 울산시당의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 지난달 19일 정의당 울산시당의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에는 김태선 민주당 후보, 권명호 미래통합당 후보, 김종훈 민중당 후보의 3파전 양상이다. 울산 동구는 정의당이 김종훈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고, 추가로 하창민 노동당 후보와 김종훈 후보의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다. 김종훈 후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하창민 후보와 단일화는 논의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활발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협력업체가 위치한 울산 북구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미래통합당 박대동, 민생당 김도현, 정의당 김진영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동구와 반대로 민중당이 후보를 양보해 정의당 김진영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 지역은 윤종오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이 박탈된 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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