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MBC보도로 드러난 채널A 이동재 기자의 취재 방식은 이러했다.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씨에게 보낸 2월17일 편지의 한 대목이다. “윤 총장이 직관하는 만큼 수사는 과도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2월20일 편지의 한 대목은 이렇다. “남부지검은 신라젠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했습니다. 남부지검장의 의지도 확고해 수사는 과도하게 이뤄질 것입니다.…대표님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이철씨 측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뒤 편지는 좀 더 노골적이다. 3월10일 편지의 한 대목이다. “가족을 지키고 싶으시다면 이는 향후 전략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대표님이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습니다.…언론사 역시 이 부분은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됩니다.” “검찰 측 입장 녹음은 어렵습니다. 저도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취재를 하는 기자입니다.” 선을 지키려는 듯 보이지만 이내 편지의 의도는 드러난다. “대표님도 ‘카드’가 있을 것입니다. 그 카드는 언론사와 조율해 세상에 나올 때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가족의 실형 선고를 막는 데에 적절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 “저는 로비스트가 아닙니다. 대신 보도에 발맞춰 검찰 고위층에 대표님의 진정성을 직접 자세히 수차례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겁을 주고, 분노를 유도하는 대목도 있다. “고액의 변호인을 또 고용한다고 한들 대표님은 칠순이 돼서 출소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14년 6개월 후면 유시민 전 장관은 거의 팔순이 되겠네요. 대표님 덕분에 돈도 벌고 세상에 하고 싶은 소리도 다 하고 잘 살겠지요. 혐의에 비해 턱없이 높은 형량을 대표님 혼자 짊어지는 건 가혹합니다. 여기에 가족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게 되겠지요.”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그러면서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며 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채널A 법조팀원들은 많은 검찰 취재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년간의 검찰 취재로 검찰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컨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백 건의 특종 보도를 한 바 있으며, 다수의 수상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세분석도 해 준다.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높기에 대표님께서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 같은 편지에 이철씨는 MBC와 서면 인터뷰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기자가 접근해오던 시기에 이철 전 대표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보도에 따르면 이철씨 측 대리인과 만난 자리에서 채널A 기자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다.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유시민 치면 검찰에서도 좋아할 거예요.”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 보다 더 죽어요.”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어요. 가족은 살릴 수 있어요. 가족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그 부분은 이제 잘 조율을 해야죠.” 

MBC는 “채널A 기자는 검사장과 나눈 통화 내용이라며 녹취록을 보면서 검사장이 말한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경우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을 수 있다거나 수사팀에 이 전 대표의 입장을 전달해주겠다는 대화도 기자와 검사장 간에 오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돈이야 어차피 추적하면 드러나니까 가족이나 와이프 처벌하는 부분 정도는 긍정적으로 될 수 있고”라고 말했고, 검사장은 “얘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 줄 수는 있어.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동재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문제는 가볍지 않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내가 검찰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 취재원과 만남에서 검사와의 대화 내용이라며 녹음내용을 밝힌 것 등을 봤을 때 상식적인 취재기법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취재 과정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수위가 있을 텐데 사회적으로 취재윤리에 예민한 시대에 비춰볼 때 기자 입장에서 신중하지 못했다. 음성 녹음내용을 알려준 것도 기본적인 기자의 신의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조 출입 경험이 있는 한 방송사 중견 기자는 “취재에 도움을 주면 일어날 긍정적인 대목을 언급하면서 내가 이 사안에 관심이 많고 진실을 찾는데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 설득할 수 있겠지만 가족의 안전까지 언급한 건 선을 넘은 취재”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취재원에게 자신과 검사와의 대화 녹취를 읽어주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하며 “현재 (기자와 검사 간) 음성파일이 있는지 없는지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녹취가 없는데 거짓말한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지난 1일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일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취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강요죄 성립이 가능할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검언 유착이 사실이라면 검찰과 기자는 강요죄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요죄는 법률상 허용된 행위를 못 하게 하거나 법률상 의무 없는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채널A 기자가 사실상 형사사건에 대해 선처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행동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아직 채널A 기자의 명백한 취재윤리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씨 측 대리인과 채널A 기자 사이의 전체녹취파일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MBC가 구성한 프레임 속에서 사건을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녹취록 전체를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으며, 지난해 KBS와 유시민 이사장 사이 벌어졌던 소위 ‘김경록PB 보도 논란’ 당시처럼 MBC 또는 채널A 측에서 녹취파일 전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철씨 측 대리인 지아무개씨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 상황이어서 다각도로 검증할 대목도 있다.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은 MBC와 채널A 측에 녹음파일과 촬영물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2일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관해 논란의 당사자인 검사장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근거를 다시 조사하라며 검찰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채널A는 3일 자체 진상조사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언론계도 할 일이 있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단체들이 언론의 관행, 취재 방식에 대한 기본적 기준을 합의하고, 그걸 일반 뉴스 소비자에게 공개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특정 언론사, 특정 기자를 비난하고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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