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비게이션을 진짜 못 보는 편인데 고속도로 다닐 때마다 주행유도선? 이거 너무 편하더라고요. 어떤 분이 만들었는지 취재해주실 수 있나요?”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에 달린 댓글이다. ‘버티컬 매체’란 특정 분야를 떼어내 기존 브랜드가 가진 다른 브랜드를 내세워 자유롭게 색다른 실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 ‘왱’이 취재해서 만들어 올린 이 영상은 조회수 62만회를 기록했다.

‘왱’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주력 플랫폼을 옮긴 지 1년 만에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 채널은 독자들에게 취재를 의뢰받아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언론사가 아닌 독자들이 아이템을 정한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 2월4일 ‘이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일까?’라는 제목으로 도로 내비게이션 유도선을 누가 만들었는지 취재한 영상을 올렸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 2월4일 ‘이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일까?’라는 제목으로 도로 내비게이션 유도선을 누가 만들었는지 취재한 영상을 올렸다.

‘왱’ 영상에선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독자가 주인공이다. “국산 차 엠블럼은 왜 인기가 없을까?”, “요즘 씨름선수들은 왜 몸이 다 좋을까?”, “지하철 음악방송은 왜 다 국악일까?” 등 구독자들이 궁금하다며 댓글을 달면 ‘왱’이 선정해 직접 취재한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해 8월19일 ‘국산차 엠블럼은 왜 인기가 없을까?’라는 제목으로 기아자동차가 로고를 바꿀 계획이 있는지 취재해 알려줬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해 8월19일 ‘국산차 엠블럼은 왜 인기가 없을까?’라는 제목으로 기아자동차가 로고를 바꿀 계획이 있는지 취재해 알려줬다.

영상은 아이템을 선정한 이유를 소개하고, 실제 취재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다. 끝에는 다음 영상에서 다룰 아이템을 소개한다.

‘왱’은 뉴미디어팀 직원들이 운영한다. ‘왱’ 유튜브 채널을 이끄는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 팀장을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국민일보 뉴미디어팀. 이용상 팀장(아래 맨 왼쪽).
▲국민일보 뉴미디어팀. 이용상 팀장(아래 맨 왼쪽).

- 독자가 편집국장이다.

“‘온라인 전략이 필요한데 맨날 늙은이들만 온라인 전략을 짜는 게 말이 되냐?’ 2016년 말 당시 편집국장이 복도를 걷다 말했다. 이럴 거면 주니어들끼리 합숙하든 숙박하든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 온라인 전략을 짜서 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니 그냥 놀다 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놀러 가서 나온 아이디어다. 그 당시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가 프레임 잡고 보도하는 기사들에 불신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아이디어다.”

- 취재 요청 어떻게 받나?

“처음엔 이 채널이 유명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공간에 ‘왱체통’을 설치했다. 상수동 카페, 서울 시청 도서관, 숙명여대 인근 카페, 중앙대 도서관 등 매번 장소를 바꿨다. 연령대를 다양하게 하려고 노인정에도 설치했다. 채널이 성장하면서 유튜브 채널에서 댓글로 받기 시작했다. 아이템 선정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것으로 선정한다.”

- 독자가 궁금해 하는 걸 대신 취재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취재를 대행하는 건 단순 제보를 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론사들은 사회 이슈를 주도하고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인지 직접 알기는 어렵다.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요청하는 걸 귀를 열고 듣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 언론사가 사람들을 두루 대변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맞다. 레거시 미디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템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지금 취재 중인 아이템은 ‘사람 얼굴을 보지 않고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다룰 수 없다. 우리가 아이템을 정해서 ‘여러분 이거 보세요’라고 하는 것과 독자가 직접 ‘취재해주세요’라고 하는 건 다르다. 1:1 개인 맞춤형 취재. ‘서비스 저널리즘’이다.”

- 진용진, 사물궁이 잡학지식 등 궁금증 해결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왱’은 진용진과 사물궁이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진용진은 체험형 콘텐츠, 사물궁이는 과학 쪽 파트의 콘텐츠 경향성을 보인다. 유튜브 채널에 ‘왱’이 국민일보가 만들었다는 걸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책무를 갖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 1년 전 사건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 건지 등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주제를 다룬다.”

- 독자가 요청한 취재 아이템 중 취재하지 않은 아이템들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던데 ‘대댓글 읽어주기’ 콘텐츠를 만든 이유는?

“‘왱’의 콘셉트는 하나다. '독자가 편집국장.' 이 콘셉트를 지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왱'은 취재 대행에 충실하고 싶은데 의뢰 들어오는 걸 전부 영상으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이템으로 선정되지 못한 댓글에 대댓글을 달았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달 6일 대댓글 읽어주기 콘텐츠를 올렸다. 취재 대행 아이템으로 선정되지 못한 아이템들을 간략 취재해 알려준다.
▲국민일보 유튜브 버티컬 채널 ‘왱’이 지난달 6일 대댓글 읽어주기 콘텐츠를 올렸다. 취재 대행 아이템으로 선정되지 못한 아이템들을 간략 취재해 알려준다.

- 채널 특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언론사가 있나?

“지금은 없는 것 같다. 언론사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채널의 시스템이나 플랫폼, 콘셉트보다 콘텐츠 하나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콘텐츠 퀄리티 별로 독자들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왱’도 그 부분이 고민이다. 대박 콘텐츠 하나로 승부를 거는 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 명확한 콘셉트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유튜브 채널이고 싶다.”

- 구독자 확보 비결은?

“채널 특성과도 연결된다. ‘왱’이 올린 유튜브 영상물은 1%일지라도 독자들에게 지분이 있다. 구독자들과 항상 소통하고 같이 만든다는 인식이 있으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 구독자 층은 어떻게 구성됐나?

“20대가 주 독자층이다. 2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그리고 10대와 30대가 많다. 40~50대도 꽤 된다. 채널 출범부터 20대를 주 독자층으로 확보하고 싶었다.”

- 다른 버티컬 채널을 운영할 계획 있나?

“물론이다. 100개를 만들면 살아남는 채널은 한두 개다. 이번에도 ‘국민일보가 만들었습니다’라고 알리지 않고, 콘셉트에 충실한 채널을 만들 것이다. 어느 정도 정착하면 우리 것이라고 알릴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콘텐츠가 항상 홈런을 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항상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은 만들 수 있다. 미디어들이 대박 콘텐츠를 만들려고 애쓰는데, 생각보다 성공하지 못하면 실망하고 포기한다. 그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 ‘왱’은 취재 대행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신문사 가운데 유일하게 잘 살아남은 버티컬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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