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도 받아쓰기”

보도자료 받아쓰기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3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연구팀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올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해 배우 송혜교씨와 서 교수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주립과학도서관에 홍범도 장군의 대형 부조 작품을 기증했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번 기증이 ‘전 세계 독립운동가 부조 작품 기증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알리면서 “이번 기증을 통해 홍범도 장군을 카자흐스탄인들에게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특히 고려인들에게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라는 서 교수 말을 전했다.

문제는 연구팀이 전달한 보도자료에 오타가 있었다는 점이다. “더 널리 알릴 수 있는”이라는 서 교수 발언이 “더 널리 알리수 있는”이라고 잘못 전달된 것이다. 보도자료의 단순 오타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 탈이 난다.

확인해 보니 서 교수 연구팀 보도자료의 “더 널리 알리수 있는” 오타를 그대로 받아쓴 매체는 28개(네이버 포털 기준)에 달했다.

MK스포츠, 서울경제, 한국경제, 일간스포츠, YTN, 스포츠조선, SBS funE, 텐아시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엑스포츠뉴스, 스타데일리뉴스, 헤럴드POP, OSEN, 뉴스웍스, 스타뉴스, 스포츠동아, MBN, 스포티비뉴스, 싱글리스트, 브레이크뉴스, 조이뉴스24, K STAR, 스포츠투데이, 더셀럽, 뉴스인사이드, 뉴스토마토, 금강일보 등이다.

이들 매체는 보도자료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복사하고 붙여넣기, 즉 ‘복붙’ 혐의가 짙다.

▲ 지난달 3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연구팀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보도자료에 “더 널리 알리수 있는”이라는 오타가 있었다. 다수 언론이 외면한 오타다. 사진=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 지난달 3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연구팀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보도자료에 “더 널리 알리수 있는”이라는 오타가 있었다. 다수 언론이 외면한 오타다. 사진=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 서경덕 교수 연구팀 보도자료의 “더 널리 알리수 있는” 오타를 그대로 받아쓴 매체는 28개(네이버 포털 기준)에 달했다. 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 서경덕 교수 연구팀 보도자료의 “더 널리 알리수 있는” 오타를 그대로 받아쓴 매체는 28개(네이버 포털 기준)에 달했다. 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서 교수 발언 오타를 바로잡아 보도한 언론 매체는 9개였다. 전체 37개 중 9개뿐이었다. 이들 매체는 최소 보도자료는 읽고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오타 받아쓰기’ 사례를 미디어오늘에 제보한 A씨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도 모자라 오탈자 검수도 하지 않는 행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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