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1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3일자 아침 신문들은 4.15 총선을 일제히 다뤘다. 대부분 신문은 여야 1·2 당의 비례 위성 정당 꼼수 문제와 선거 전략을 다룬 가운데, 보수 성향 신문들은 미래통합당이 쏘아 올린 윤석열-조국 프레임에 주목했다. 이렇게 정치권이 주도하는 프레임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보도는 몇몇 신문사가 주목한 선거 판세 영향 분석이다.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 1면

한국일보 “60대 이상 유권자 증가 접전 지역 판세 변수”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 1면

 

가장 눈에 띄는 선거 보도는 한국일보가 1면에서 보도한 “60대 이상 유권자 1200만 돌파… 총선 ‘태풍의 눈’” 기사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를 포털 사이트엔 ‘단독’을 붙여 내보냈다. 한국일보는 “21대 총선에 참여하는 60대 이상 유권자가 총선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1대 국회의원 선거인(유권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60대 이상 유권자는 1,202만명으로, 20대 총선(984만명)보다 218만명(3.9%) 늘었다. 반면 20~40대 유권자 비율은 4년 전보다 줄어 실버 세대가 명실상부한 ‘슈퍼 유권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년층의 ‘친(親) 미래통합당’ 성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실버 유권자의 증가는 수도권 등 접전 지역 판세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봤다. 또 “60대 이상 유권자가 늘어났다는 사실 자체는 일단 통합당에 유리한 변수로 해석된다”며 지난달 2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근거로 “모든 세대 중 유일하게 60대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만 통합당 지지율(39%)이 더불어민주당(28%)보다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45%)은 60대 이상 사이에서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한겨레 “코로나 기현상, 적극 투표층 결집 투표율 더 올라갈 수도”

 

▲한겨레 1면
▲한겨레 1면

 

한겨레도 1면에서 코로나 19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적극 투표층의 기현상 움직임을 다뤘다. 한겨레는 “‘반드시 투표’ 73%…진영대결 더 거세졌다” 기사에서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임에도, 유권자의 투표 참여 의지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심화된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열기가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투표율이 지난 총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한겨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공개한 ‘국회의원 선거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72.7%다. 4년 전엔 같은 응답 비율이 63.9%였다. 이를 근거로 한겨레는 “이 흐름대로라면, 최근 20년 새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17대 총선 투표율(60.6%)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며 “‘코로나 공포’와 거대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 등에 대한 실망으로 총선 투표 의지가 약화될 것이란 일반적 예상을 완벽히 뛰어넘는 결과”라고 봤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갤럽의 장덕현 연구위원의 말을 빌려 “적극 투표 의향이 높을수록 실제 투표율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 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주목할 부분은 여당 지지세가 강한 3040세대와 야당 지지가 두드러진 5060세대 모두 높은 투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라며 “이런 흐름이 현실화한다면 이번 총선은 첨예한 진영 대결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고 봤다.

재밌는 지점은 이 자료에 대한 여야 1·2당의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젊은층의 투표 의지가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 당한테는 확실하게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노년층 투표율이 뚝 떨어지면, 경합지역이 다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비상시국에도 노년층의 투표 의지가 높다는 건 긍정적 지표”라고 했다.

중앙일보의 4면 “121석 걸린 수도권 92석 vs 50석…송파을이 가른다” 판세 분석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이번 총선이 지난 선거보다 영호남 지역 구도가 뚜렷해졌다고 전제하고 서울(49석)·경기(59석)·인천(13석)을 합한 수도권 121석이 여야 1·2 당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수도권 승리의 바로미터로 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송파을 주목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송파을에서 이기면 서울은 확실히 대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을 빌려 바로미터의 기준을 제시한 것.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 지표 상 수도권 판세는 대체로 민주당 우세 분위기다. 다만 격차가 오차 범위 안쪽인 ‘경합 우세’ 지역이 많아 언제든 우세 분위기는 뒤집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122석 중 82석(67.2%)을 얻었다. 반면 통합당은35석(28.7%)을 얻었다. 중앙일보는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15석을 추가해 최소 50석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했다. 20대 때와 달리 강력한 제3당(옛 국민의당)이 없어 여야 일대일 구도를 구축하고,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라는 판단에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합당이 보수의 아성인 강남 벨트(강남을·송파을) 탈환과 광진을(민주당 고민정 대 통합당 오세훈)까지 차지하면, 20대 총선 12석이었던 서울 의석을 18석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채널 A - 검찰 유착 의혹 보도 MBC 제보자 신뢰성 문제 제기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채널A 기자·검사장 유착’ 제보자의 신뢰성을 파고들었다. 이 제보자가 횡령·사기 전과가 있고 평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해 왔다며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적극 내세우는 윤석열 대 조국 프레임까지 연결 지었다.

조선일보는 1면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 9일뒤 MBC '檢·言 유착' 보도” 기사에서 이 제보자를 두고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을 신랄히 비난해 온 현 정권 골수 지지자 지모(55)씨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고 썼다. 이어 “횡령, 사기 등으로 복역했던 그는 한때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내밀한 부분을 아는 금융전문가 행세를 하며 친여 매체에 출연해 현 정권을 적극 옹호했다”며 “법조계 인사들은 ‘제보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스스로를 ‘제보자 X’로 칭해온 지모씨는 뉴스타파에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찰 관련 제보를 하고 ‘나꼼수’ 출신 김어준씨의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를 옹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지씨가 페이스북에 '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올린 글을 조목조목 소개하며 MBC 보도의 신뢰성을 타격했다. 조선일보는 “지씨는 자신이 이번 MBC 보도의 제보자이면서도 제3자인 것처럼 관련 보도를 해석하고 홍보했다”며 “지난달 31일 MBC의 첫 보도가 나가기 일주일 전인 24일 페이스북에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 왜 사야 되는지 금요일쯤은 모두가 알게 될 걸요?ㅋㅋㅋㅋ’라고 썼다. MBC 보도를 예고한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페이스북의 3월 25일, 3월 30일 MBC 보도 관련 글 등을 소개하며 “MBC 측으로부터 다음 날 자신이 제보한 내용이 보도된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써 MBC 측과 마치 사전에 뭔가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조선일보 1면에서 이어진 12면 기사
▲조선일보 1면에서 이어진 12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어 이 제보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하고,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인물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지씨는 지난 2월 16일 페이스북에 ‘개검총장 윤석열아 오늘 개꿈 꾸면 내덕인 줄 알아라’라고 썼는데, 다음 날 뉴스타파는 윤 총장 아내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가 나오자 그는 ‘그거 봐여 제 말이 맞져? 윤석열이 어제 개꿈 꿀 거라고’라고 썼다. 해당 의혹의 뉴스타파 제보자 역시 지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뉴스타파와의 연관성도 추측했다.

또 김어준의 뉴스공장까지 연결해 이 제보자의 정치적 의도를 키웠다. 조선일보는 “지씨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10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며 “당시 김어준씨는 지씨를 소개하며 ‘지난 20여 년간 M&A 시장에서 활동하신 분야의 전문가’라고 추켜세웠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이 제보자 페이스북 털기는 열린민주당까지 연결됐다. 조선일보는 “최근 지씨는 특히 열린민주당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열린민주당 비례후보 기자회견 날인 지난달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라고, ‘조국은 무죄’라고 주장해 온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라고도 썼다. 그 사진에는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 쓴 글을 털어 이미지 나열식으로 소개하며 21대 총선 체제에 들어간 여권까지 엮은 셈이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서는 ‘여권과 연결된 지씨가 윤석열 관련 의혹을 불붙이기 위해 이철 전 대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 대리인 행세를 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익명의 멘트로 여권을 엮었다. 하지만 이 제보자가 실제 여권과 연결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의 제보자일 가능성,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페이스북 과시용 글을 연결 지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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