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받은 거다. 혹시 통화했다는 식으로 쓰지 말아 달라.”

2일 오후 통화를 짧게 끝낸 채널A 보도본부 간부가 미디어오늘에 남긴 문자다. 또 다른 간부는 “공식 입장은 경영전략실을 통해 확인해보라”고만 했다. 채널A 사회부장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정훈 보도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채널A 기자들도 “드릴 말이 없다”며 검찰 유착 의혹이 불거진 이동재 기자에 관한 이야기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조직 전체가 철저히 함구하는 분위기다. 이동재 기자 휴대전화 역시 ‘착신금지’ 상태다.

이 기자는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나갔고 회사에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아는 타 매체 법조 출입 기자들은 연락두절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 동정민 채널A ‘뉴스A’ 앵커는 지난 1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화면 갈무리.
▲ 동정민 채널A ‘뉴스A’ 앵커는 지난 1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화면 갈무리.

앞서 MBC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연이어 채널A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동재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가족 수사까지 운운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자협회 실천요강은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서 위계나 강압적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채널A는 지난 1일 뉴스 클로징 멘트를 통해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널A 내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실제 진상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 기자가 주장한 녹취록은 누구와 통화한 내용인지, 보고와 지시가 어느 선에서 이뤄졌던 것인지, 보도본부가 언제 이 사건을 인지했는지, 이철 전 대표 측과 만남 당시 이 기자와 동석했던 백승우 기자는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했던 것인지 등이 규명될 필요가 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BC 보도에서 지목된 검사장은 “(채널A 기자와) 그런 대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동재 기자가 제시한 녹취록과 통화 내용의 상대방이 세간에서 지목받는 윤 총장 측근 검사장이 아닐 거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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