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역할을 하는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되면서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위원 추천 권한을 갖게 됐다. 사실상 하나의 정당이 위원을 중복으로 추천하게 됐다.

미디어오늘이 선거 관련 보도를 심의하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신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터넷보도)에 확인한 결과 최근 원내 의석 20석을 확보해 교섭단체가 된 미래한국당과 민생당이 이들 기구에 위원 추천 절차를 밟고 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관계자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해당 정당에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현재 민생당은 오창훈 변호사를 추천했고 미래한국당은 아직 추천하지 않았다. 추천이 이뤄지면 선관위 회의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심의기구들도 위원 추천 요청을 한 상태다.

▲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위원 추천 단체.
▲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위원 추천 단체.

이들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는 학계, 법조계 등 각계에서 추천한 위원들과 정치권에서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다. 정치권 위원은 교섭단체에서 1명씩 추천한다. 정치권 이해 당사자가 심의에 참여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동수로 추천한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되면서 이 같은 기준이 흔들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 1명인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2명의 위원이 입장을 내고 의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역할을 하는 더불어시민당은 교섭단체가 아니기에 위원을 추천하지 못한다.

앞서 미래한국당은 의석수 기준인 비례대표 후보 상위 번호를 받기 위해 미래통합당의 불출마 현역 의원을 입당시키는 방식으로 의원 수를 늘렸다. 교섭단체가 될 경우 받게 되는 선거보조금 규모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법을 개정할 때만 해도 위성정당 개념조차 예상할 수 없었고, 위성정당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나라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에서 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04.01ⓒ정의철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나라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에서 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04.01ⓒ정의철 기자

양당제가 유지되던 한국 정치 지형에서 지난 총선을 계기로 제3의 교섭단체가 잇따라 탄생하면서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의 정당 추천 위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관계자는 “교섭단체가 구성될 때마다 추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처럼 선거 직전에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위원이 선임된 후 심의 업무를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끝나버리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언론중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근본적으로 교섭단체 위원 추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준 소장은 “선거방송심의위 위원은 총 9명이다. 교섭단체가 4개라면 정치권 추천 인사는 4명이 된다”면서 “정치권 추천 인사가 위원회 과반에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 추천 인사는 정당의 눈치를 보거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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