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 추진 과정을 두고 “전개가 민망하다”고 밝혔다. 더불어시민당 창당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추진을 비난했던 민주당이 그 행태를 고스란히 따르면서 선거법 개정 취지가 사라졌다’는 질문에 “전체 전개가 민망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4+1,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 형태로 관철했던 취지가 있다. 국민의 지지와 실제 국회 의석의 배분에 괴리가 큰데 그 거리를 좁혀보자는 게 연동형비례대표제 취지”였다며 “소수정당도 원내에 진입할 길이 조금은 더 열릴 거라는 기대로 도입했는데 야당이 그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이상한 발상을 갖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고 근본 원인을 미래통합당 측에 돌렸다.

이어 “민주당은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고민이 있었고 비난도 했다. 저도 못마땅하다는 반응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당 바깥에서 연합정당을 만들 테니 동참해달라는 제안이 왔고 당원 투표로 동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답변은 “관전평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을 불렀다. 앞서 관련 질문을 했던 임장혁 YTN 정치부장은 “위성정당 논란이 벌어진 시점에 여당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을 (민주당의) ‘형제당’이라고 하는데 시민당 창당 과정에 (이 위원장이) 주도를 한 건가, 개입을 한 건가, 아니면 다른 분이 주도한 건가. 창당 과정을 선대위원장으로서 어떤 정도로 관여했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관여했다고 말할 정도의 행동은 없었다. 그러나 발뺌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책임은 책임대로 있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그런 관여는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더불어시민당 출범 과정을 두고 일부 언론에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비례연합정당을 주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의 당내 위상과 위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는 의문도 이어진다. 심한 표현으로 친문 데릴사위 아니냐는 표현도 나온다. 당내 위치를 어떻게 자평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제 위치를 스스로 자평하긴 어렵다. 어느 당이건 조직이건 역할분담이 있는 것이다. 제게 맡겨진 일은 처음에는 미래준비선대위원장, 말하자면 비전과 정책을 준비하는 쪽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로 확대개편됐다”며 “그러므로 그쪽 일에 무관하고 나는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적 책임은 오롯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일할 때 그러한 분장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라 답했다.

여야 모두 현행 선거제도 한계를 언급하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하루 앞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편법과 불법에 의해 만들어진 악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반드시 원상회복시키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말한 것과 표현이 비슷하게 들릴지 몰라도 방향은 정 반대”라고 밝혔다. 그는 “원천적으로 (위성정당 출범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당법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선거법은 이번 일에 대한 반성에서 필연적으로 다시 논의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국민 지지와 가장 가깝게 의석이 배분되게 하고 소수 의견도 의회정치에 반영되는 통로를 만들자는 취지였는데 그 취지가 짓밟혔다. 그 취지를 제대로 구현되게 하는 선거법 정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 등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일부 참여한 열린민주당에 대해선 “그 당이 생기기를 원했던 것도 아니고 생기는 과정에 누군가 도운 적도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의) 관계가 무엇인지 제 언어능력의 한계상 적절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지만 지금까지 탄생과정에 당의 역할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질문을 제기한 이춘호 KBS 해설위원이 “결국 (총선 후) 연합이나 합당하는 게 아닌가”라고 다시 묻자 이 위원장은 “선거 후 일을 예측하기에는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떤 것이 지금 저희 당에 힘을 얹어주시는 것인지 국민이 판단해주시길 기대할 뿐이다. 연합이나 합당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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