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린 중국 인사에 대한 탄압에 이어 해외 언론사의 중국 주재 기자까지 거듭 추방하자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이례적으로 연이어 비판 입장을 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달 8건의 입장문을 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열과 언론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당국이 감염병에 불투명하게 대응하는 한편 언론행위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주재 기자 추방을 철회하고 투옥 언론인을 석방할 것도 요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 2월 24일 입장문을 내 “중국 정부에 코로나19 감염 관련 정보 검열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며 “완전한 투명성만이 위기를 악화시키는 루머의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중국 당국이 2월 초 언론인 2명과 정치 평론가 3명을 체포하거나 가택 구금조치한 데에 “중국 당국이 감염 전염병에 대한 특정 정보를 검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중국 정부는 나라안팎에서 불투명하고 관료적인 코로나 위기 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감염 첫 사례가 보고된 지 3주 뒤에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 사실을 알리고, 6주 넘게 지나고서야 전염병 퇴치를 위한 동원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언론이 공산당에 밀접하게 통제 받고, 당 선전 중계를 강요받는 점도 전염병 발원지 등에 관한 가짜 루머의 확산에 일조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발병을 최초로 알린 공익제보자 의사 리원량과 중국 우한 실태를 고발했다 실종된 시민기자 팡빈과 변호사 첸 츄시.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 발병을 최초로 알린 공익제보자 의사 리원량과 중국 우한 실태를 고발했다 실종된 시민기자 팡빈과 변호사 첸 츄시.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갈무리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달 26일엔 “중국에 모든 투옥 언론인 석방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중국 감옥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베이징이 구금 언론인들을 모두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언론인들에게 ‘가장 큰 감옥’으로, 최소 108명이 수감 중이다. 국경없는 기자회 수상자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수감돼,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 기자회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중국은 전염병이 통제되고 있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사실이며 바이러스가 비위생적이고 혼잡한 교도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단체는 중국 당국이 두 차례에 걸쳐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중국 주재 미국인 특파원들을 대규모 추방조치한 데에도 경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라며 베이징에 추방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8일과 2월19일에 걸쳐 총 16명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의 취재증을 반납하도록 하고 추방 조치했다. 한 번은 ‘중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병자(real sick man)’라는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고, 다른 한 번은 미 국무부가 5개 중국 국영 언론에 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중국은 2019년 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가운데 177번째를 기록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1월 말 위챗에서 낸 입장문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리원량을 비롯한 8명의 공익제보자 의사들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한 것이 감염병 대응을 약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경없는 기자회는 코로나19가 각국의 언론과 표현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프로젝트 페이지 ‘트래커19’를 출범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세계인권선언 19조에서 명칭을 따 왔다”며 “이 프로젝트는 팬데믹의 저널리즘에 대한 영향 평가를 목표로 한다. 국가의 검열과 의도적 허위정보, 이것이 신뢰 가능한 뉴스와 정보를 알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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