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겠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원대상 선정방식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겠다면서 70%를 어떻게 선정할지 기준은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또 개인이 아닌 가구별(4인가구 기준 100만원)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애초에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재난 기본소득’ 형태를 제안한 이유는 선정할 기준을 정하고 실제 지원자를 선별하는데 드는 사회적·행정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 재난 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

코로나19 때문에 소득 줄었는데 지급기준은 코로나19 이전?

1일 현재 정부는 소득 하위 70%를 선별해내기 위해 건강보험료(건보료) 납부액을 주요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다음 주 중 지급선정 대상자 기준을 발표할 방침이다. 건보료로 구분하면 재난지원금을 올해 소득이 아니라 작년(직장가입자)이나 재작년(자영업자) 소득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 정부는 기준을 아직 정하지 못한채 소득하위 70%에게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사진=pixabay
▲ 정부는 기준을 아직 정하지 못한채 소득하위 70%에게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사진=pixabay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브리핑 자료에서 “코로나19로 근로 형태가 변해 급여 차이가 발생해도 이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과거 소득이 많으면 올해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선별지원은 행정 비용 높아, 편 가르기 측면도

이 연구위원은 선별지원 방식이 아니라 선별환수(보편지급) 방식을 제안했다. 기본공제를 다듬어 세금으로 환수할 때 소득을 고려해 누진효과를 보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2018·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 4인가구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 연구위원은 2020년 소득을 기준으로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고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산층이 올해 40만원을 받으면 내년에 약 20만원, 연봉 8000만~1억원 이면 내년에 40만원, 연봉 1억원이 넘으면 40만원 이상 환수하는 방식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제안은 대상자를 선별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혼란이나 정치·행정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19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효과적이며 자가격리자 등 간접피해자도 구제할 수 있다. 재정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누진성을 강화해 소득재분배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이 제안한 선별환수(왼쪽)과 정부가 발표한 선별지급. 왼쪽 자료는 코로나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올해 상황을 반영하지만 오른쪽 정부 발표안은 코로나 이전 소득을 근거로 한다. 자료=나라살림연구소
▲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이 제안한 선별환수(왼쪽)과 정부가 발표한 선별지급. 왼쪽 자료는 코로나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올해 상황을 반영하지만 오른쪽 정부 발표안은 코로나 이전 소득을 근거로 한다. 자료=나라살림연구소

 

정부와 모든 국민이 재정적으로 연결돼(재정 커뮤니케이션 수단 확보) 노숙인·주민등록말소자 등 신원불명자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일부 세법개정이 필요하고 초고소득자의 경우 기본소득으로 받은 금액 이상을 납부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간 일부 여당 지자체장이나 진보정당에서 주장한 기본소득·재난수당을 “총선용 매표”라던 제1야당 미래통합당마저 지난달 31일 “세금 내는 사람이 세금만 내고 하나도 받지 못하면 그것도 문제”라며 “정략적 배경을 빼려면 차라리 편 가르지 말고 보편적 기준에 맞게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 대다수를 지원하는 정책인데도 애초에 지원대상에서 빠진 고소득자들이 가질 반감도 정부의 이번 대책이 만든 부작용이다.  

가구당 지급, 보상받지 못하는 개인 나와

가구단위로 지원하겠다는 계획 역시 허점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가구가 경제적 공동체로 작동하는 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고소득자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아르바이트 노동자(자녀)가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해도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불필요하게 세대분리를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에게 지급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이는 가족구성권연구소도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같은날 논평에서 “여전히 복지는 가족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며 “시장소득이 있고 세금을 내야 정상적인 시민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에 가족 내에서 보조적으로 생계노동을 하거나 가사·양육 등 노동을 하거나 부양받는 이들, 외국인 등은 동등한 시민의 목소리를 가지기 어렵다”고 했다. 

가구 단위로 지급한 지원금이 구성원에게 고루 분배된다는 보장도 없다. 연구소는 “재난과 경제 위기시 가족 내 갈등과 폭력 비율이 증가하며 이미 코로나19로 가정폭력이 증가한다는 국내외 보고가 잇따른다”며 “가족내 갈등이나 위계로 어떤 구성원들은 지원자원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정폭력 피해자, 탈가정 성소수자 청소년, 방에 갇혀 지내는 중증장애인,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결혼이주여성 등을 예로 들었다. 

이에 “단순히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살리기를 위해 재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취약한 시민들이 위기 상황을 잘 견뎌내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긴급재난지원금이 가족을 경유하지 않고 개인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롭지 않을 권리(황두영)’를 보면 청년 1인가구 중 혼자 살지만 주민등록은 본가에 두는 경우도 많다. 현재 사는곳이 불안정하거나 비주거용 오피스텔, 고시원, 불법증축 옥탑방 등 전입신고가 어려운 주거지다. 청년 1인가구는 일정 자산을 형성해야 세대 분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은 통계조사에서도 배제된다. 개인별 지급이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법이다.  

아직도 4인 가구가 보편기준?

최종 지원기준은 다음 주 정도에 나올 예정이지만 기획재정부 차관이 라디오에 나와 “소득 하위 70% 정도 되면 중위소득 기준으로 150%가 되고, 이는 4인가족 기준 월 710만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 정책을 발표할 때 4인가구를 중심으로 발표하고 이를 헤드라인으로 뽑는 관행은 4인가구가 여전히 다수이며 보편적이라는 착각을 가져온다. 사진=pixabay
▲ 정책을 발표할 때 4인가구를 중심으로 발표하고 이를 헤드라인으로 뽑는 관행은 4인가구가 여전히 다수이며 보편적이라는 착각을 가져온다. 사진=pixabay

 

기재부 차관의 발언은 두 가지에서 한계를 보인다. 4인가구를 예로 들 만큼 한국사회에 4인가구가 대표적이지 않다. 정부 관계자가 정책을 발표하거나 예시를 들 때 의도치 않더라도 이처럼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또한 기준 자체가 1~2인가구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5년 전인 2015년부터 1인가구가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15.5%를 차지했지만 2017년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8.6%를 차지한다. 17년 새 2.5배가 늘었다. 

반면 4인 가구는 2000년에 445만 가구, 약 31%를 차지했지만 2017년 347만 가구, 17.7%로 1인 가구 뿐 아니라 2인가구(26.7%)보다 적다. 

2030, 1인 가구, 맞벌이 등에 불리 

중위소득 기준을 좀 더 들여다보자. 중위소득 150%를 넘는 가정은 29.1%로 소득 하위 70%를 선정할 때 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위소득 150%는 1인 가구 월 264만원, 2인 가구 449만원, 3인 가구 581만원, 4인 가구 712만원이다. 

1인 가구나 젊은층은 소득이 있으면서 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재산에 대한 기준을 논의 중인데 그 재산기준에 부합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들이 지원금을 받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1인 가구 기준 월 264만 원이면 실수령액은 240만 원 수준이다. 2인 가구의 경우 둘 다 소득이 실수령액 200만 원 수준 이하여야 해당한다. 대도시에서 상속재산 없이 거주하지만 이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상위 30%에 속한다면 납득 할 수 있을까? 

이는 재정지출의 효과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온 ‘예산정책연구’ 제9권 제1호(2020년 3월호)에 실린 ‘정부지출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 : 소득별, 연령별 이질성을 중심으로(김원기)’를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저 연령층인 경우 재정지출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소비 진작 효과가 감소했다. 

즉 정부가 같은 돈을 풀었을 때 2030세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소득의 상당수를 기본적인 생활유지에 써야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절반 이상이 본인 소유 집에서 살았지만 34세 이하 1인 가구는 반 이상이 보증금이 있는 월세에 살았다.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은 소비 효과가 큰 계층에게 적게 배분하게 된다. 정부가 국민 실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에 대한 철학 없이 결정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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