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대주주 이두영 회장(대표이사 겸직)이 회사와 법적으로 다투다 숨진 고 이재학 PD 사건에 책임을 진다며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그러나 사내 등기이사는 유지하면서 이사회 의장에 재선돼 실질적 지배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회장은 30일 오전 11시 청주 산남동 CJB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청주방송 주주총회 의결에 따라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청주방송 대주주(총 지분 36.22%)인 이 회장은 1999년 사내이사, 2000년 대표이사로 각각 등기돼 지난 20여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이 회장은 대표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로 중임돼 등기임원 지위를 유지했다. 또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선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출됐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안건을 상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사내 안팎으론 ‘보여주기식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표면적으로 대표이사 사임 등기만 진행될 뿐 이 회장이 가진 실질적 의사 결정 권한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 사진=노컷뉴스
▲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 사진=노컷뉴스

 

이 회장은 여전히 우호 지분을 합하면 절반 넘는 의결권을 갖고 있고 이사회 구성원으로 인사·경영에 지속 관여할 수 있다.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는 대주주가 보도, 편성, 경영 등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실질적 소유·경영 분리 방안을 요구해왔다.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노조, 유족, 시민사회계 등 4자는 지난 27일 추가 합의문을 체결하면서 조사 재개의 길을 열었다. 

애초 합의에선 회사 관계자는 조사위원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정했으나 사측 위원 인선 과정에 논란이 지속되자 회사 요구 일부분을 수용했다. 

4자 추가 합의문은 청주방송 사정을 감안해 회사 관계자 2명을 조사위원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단 이들은 투명한 진상조사를 위해 청주방송 직원 면담 조사에선 배제된다. 청주방송은 성실하게 진상 조사에 협조하고 기존에 진행된 진상조사 내용을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30일부터 직원 면담 조사 등을 진행 중이다. 31일엔 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간담회와 면담조사 등이 열린다. 진상조사위는 4월 중순 전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4차 진상조사위는 오는 3일 청주방송에서 열린다.

한편 30일 청주방송 주주총회에선 유재풍 변호사와 충북대 김재중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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