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을 맞아 미디어에서 ‘인권의 관점’에서 트랜스젠더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란 “(성소수자 혐오로 살해당한 트랜스젠더를 기리는) 11월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 있지만 좀 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적극 드러내고 차별 현실을 바꾸자는 의미를 담은 날”이라며 “지난 2009년 트랜스젠더 활동가 레이첼 크랜달(Rachel crandall)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무지개행동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각계 40개 단체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모임이다.

▲ 27일 KBS 시사직격 '시민-트랜스젠더' 방송화면 갈무리
▲ 27일 KBS 시사직격 '시민-트랜스젠더' 방송화면 갈무리

 

무지개행동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 24일 MBC PD수첩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지난 27일 KBS 시사적격 ‘시민-트랜스젠더’ 등의 방송이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앞두고 공영방송에서 해당 이슈를 다룬 것이라며 “아직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가 낯설고 이로 인한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닌 사회 속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생생히 나타낸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방송을 포함해 미디어에서 인권 관점에서 트랜스젠더를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으며 이를 바로잡을 것을 주장했다.

무지개행동은 “첫째로 미디어는 트랜스젠더 묘사에 있어 차별적 편견을 강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두 방송 모두 트랜스젠더를 묘사할 때 ‘여자(남자) 몸에 갇힌 남자(여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에 “트랜스젠더가 겪는 인격적 고통을 사회구조적 차별과 무관한 개인적 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잘못된 몸을 고치기 위한 외과적 수술을 당연시한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져올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혐오에 대해선 중립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들이 반대의견으로서 다루어질 때가 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존재 자체를 반대하고 삭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PD수첩의 경우 이와 같은 혐오표현이 찬반 대립 의견 중 하나로 다룬 건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24일 MBC PD수첩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편 방송화면 갈무리
▲ 24일 MBC PD수첩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편 방송화면 갈무리

 

셋째로 전문가 의견을 다룰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소수자 당사자는 단지 당사자로서 이야기하고 비당사자 전문가는 전문가로서 이야기하는 구도가 반복될 경우, 이는 당사자를 타자화시킬 위험이 존재한다”고 했다.

미국의 성소수자 미디어 재현을 다루는 단체인 GLAAD는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비트랜스젠더 게스트가 트랜스젠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의해라, 트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끝으로 트랜스젠더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 사회변화를 위한 방안들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지개행동은 “트랜스젠더의 가시화는 트랜스젠더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화장실 등 공간부터 법적 신분제도까지 차별과 혐오를 야기하는 여러 성별이분법 사회구조의 모순점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며 “시청자들 스스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를 성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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