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혼란’ ‘이견’ ‘선거용 퍼주기’ 강조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하위 소득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소득하위 70%가구다. 전체 가구 중 상위 30%를 제외한 70%에 혜택이 간다. 지급 액수는 1인 가구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이다. 소비 촉진을 위해 전자화폐나 상품권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생계를 지원하고, 국민이 위기극복에 함께 나선 데 대한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며 지급 배경을 밝혔다.

31일 보수 신문들은 재난지원금에 비판적인 기사를 냈다.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의 의의보다는 기준이 불분명해 빚어지는 ‘혼란’에 주목했다. 정부 발표에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소득을 추정하는 방법이 여러가지인데 정부는 그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재난지원금 준다면서 지급기준도 못 정했다”를 통해 “정부는 지급 대상자의 구체적인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4면 “소득하위 70% 준다면서... 구체 기준 안밝혀 당장 수혜여부 몰라” 기사를 내고 “발표 당일에도 정부와 청와대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키웠다”고 했다.

▲ 31일 중앙일보 1면.
▲ 31일 중앙일보 1면.
▲ 31일 동아일보 기사.
▲ 31일 조선일보 기사.

또한 보수신문들은 정부 내 이견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대상 확대 여 논리 꺾지 못한 홍남기 ‘반대 의견, 기록으로라도 남기겠다’” 기사를 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견을 부대의견으로 남긴 점을 기사화했다. 홍남기 장관은 70%보다 적은 대상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는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한 재정 여력은 있는가” 사설을 통해 예산 지출 규모가 과도한 점을 지적하고 생계가 어렵지 않은 이들도 수혜범위에 있다며 선거용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여야의 재난 대응 예산 경쟁 자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총선 앞두고 퍼주기 경쟁”이라고 했으며 사설을 통해 “실제 지급은 빨라야 5월로 예상되는데 덜컥 발표한 것은 총선용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반면 진보언론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를 강조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 기사로 “정부, 사상 첫 긴급재난지원금... 사실상 기본소득 첫발”을 냈다. 경향신문은 “사실상 기본소득 성격의 실험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경기부양을 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31일 경향신문 1면.
▲ 31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한국은 감염증 대처를 잘해 전세계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 국민이 한뜻이 되어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생계마저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에 구명조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도 복돋워주기를 바란다. 또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와중에 ‘최저임금 동결’ 꺼낸 한국경제

고용노동부가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경제는 “이 와중에 논의 시작된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한 동결해야” 사설을 냈다. 한국경제는 “사업주의 지급능력을 뛰어넘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가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준다는 게 지금까지 보아 온 현실”이라며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 31일 한국경제 사설.
▲ 31일 한국경제 사설.

최저임금 인상에 두 얼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일리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건 기업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경제신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52시간제 반대’ ‘최저임금 인상 반대’ 등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역시 하나의 ‘명분’이 됐다.

미디어오늘 분석 결과 한국경제는 2017년 7월~2018년 6월 동안 최저임금을 언급한 기사만1098건 냈다. 5개 경제지·9개 종합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18년 8월24일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대전경찰청은 기사와 같은 내용의 변사 사건은 파악한 적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한국경제는 전경련 회원사들이 지분을 가진 신문사다.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같은 ‘견제성’ 사설이 나왔다. 본격 심의 국면이 시작되면 ‘최저임금 인상을 하면 안 된다’는 답을 정해놓은 보도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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