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FM 99.9MHz를 통해 23년 라디오 방송을 이어온 경기방송이 경영진의 일방 결정으로 폐업되면서 지난 29일 직원들 오열 속에 정파됐다. 

경기방송은 이날 밤 11시58분 정태석 보도·제작부장의 방송 종료 인사를 2분여간 내보낸 뒤 자정(30일 0시) 정파됐다. 

정 부장은 마지막 방송에서 “경기방송을 23년 간 사랑해주신 경기도민 여러분과 애청자 여러분,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에 저희 임직원 모두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며 “경기방송은 갑작스런 악조건이 한꺼번에 불어닥치면서 폐업이란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가 촬영한 정파 당시 주조정실 풍경. 박정식 기술팀장(왼쪽)과 이은우 기술팀원이 페이더를 내리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경기방송지부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가 촬영한 정파 당시 주조정실 풍경. 박정식 기술팀장(왼쪽)과 이은우 기술팀원이 페이더를 내리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경기방송지부
▲3월30일 0시 정파 이후 경기방송 직원들이 촬영한 단체 사진. 사진=경기방송지부
▲3월30일 0시 정파 이후 경기방송 직원들이 촬영한 단체 사진. 사진=경기방송지부

 

 

이어 그는 “따라서 2020년 3월29일 24시 자정까지만 방송하고 30일 0시 기점으로 중단됨을 알려드린다”며 “메인 호출 부호 99.9MHz, 보조방송국 파주지역 95.5MHz, 의정부 100.7MHz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변해가는 세월에 순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주어진 사명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단 말씀드린다”며 “이런 마음을 담아 경기방송 임직원 모두는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의 행복을 열어주고자 노력했던 경기방송은 이제 물러난다. 항상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마쳤다.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정파 순간을 “PD, 기자, 엔지니어 그리고 DJ들과 작가들까지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를 깨뜨린 건 흐느낌에 이어 갑자기 터져 나온 오열이었다”고 30일 성명에서 밝혔다.

경기방송의 한 직원은 “마지막 방송 멘트 조차 제작팀장에겐 일언반구 없이 (회사 측이) 알아서 녹음한 후 방송하라고만 지시한 것”이라 꼬집었다.

경기방송 폐업에 직원들은 당장 해고 위기에 직면했다. 작가, DJ 등 프리랜서 직원들은 이미 지난 29일을 끝으로 일괄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남은 정규직 직원들도 오는 5월7일 일괄 사직 처리된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경기방송지부는 “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새 사업자를 찾을 것인데, 긴 여정이 되겠지만 견디겠다”며 “단 한가지 이유로 견디겠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감히 청취자들을 배반하고 ‘먹튀'하는 방송사업자가 나타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들은 일방 폐업을 결정한 경기방송 경영진을 ‘먹튀’라 비판하며 “방송통신위가 ‘먹튀 방송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저희가 함께 하겠다. 대한민국 최초의 ‘먹튀 방송'을 경험했기에 대한민국 방송 역사의 새 기준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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