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가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에게 ‘정필모 추천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KBS 기자협회(협회장 양성모)는 30일 성명을 통해 “모든 것이 잘못된 후보 추천”이라며 “한국기자협회는 후보 추천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KBS 기자협회는 “우리는 지금 한국기자협회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해묵은 언론인 출마 논쟁을 다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 전에 추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기자협회의 이번 추천은 시작부터 과정, 후보자 적격성에 이르는 결과까지 모두 부적절하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여당 비례대표 후보를, 그것도 논란과 지탄의 대상인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반문했다.

KBS 기자협회는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정당이라는 외피를 둘렀으니 괜찮은가.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는 위성정당 선거판에 한국기자협회가 그럴싸한 ‘실리’를 내세우며 추천인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기자들은 무슨 면목으로 권력 감시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왼쪽)과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김동훈·미디어오늘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왼쪽)과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김동훈·미디어오늘

정 전 부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8번이다. 당선 안정권이라는 평가다. 이번 추천은 더불어시민당 측이 현업3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조)에 제안했고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불참을 결정한 언론노조를 제외한 두 단체, 기자협회와 PD연합회가 추천한 결과였다.

언론계 유력인사의 정치권행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고찬수 PD연합회장이 철회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이 증폭됐다. 정 전 부사장과 직접 통화해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요청한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현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 등 기자협회 회원사들과 논의하지 않고 진행한 절차라는 점에서 반발이 증폭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게다가 추천 과정에서 김동훈 회장은 각 지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심지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KBS기자협회에도 묻지 않았다”며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며 회원사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기자협회 권위를 회장이 사유화 했다는 비판에 뭐라 답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김 회장에게 후보 추천 철회와 공식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27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후폭풍이 이렇게 거셀 줄 몰랐다. 언론인의 정치권행을 비판할 수 있지만 이 정도까지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며 “공직선거법은 비례 선거 출마 언론인은 선거 30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0일이 지난 사람은 정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KBS 기자협회에 통보하지 않았던 이유’ 등에 “우리도 후보 추천을 포기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다. 문의하고 협의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정필모 전 부사장으로 결정했을 때는 후보 등록하기 바빴다. KBS 기자협회와 상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마찬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위성정당 참여에 대한 비판을 두고 “명분보다 실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개혁적 인물을 추천해 언론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실익을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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