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련한 긴급 재난지원 정책에서 이주민 배제를 원칙으로 해 제도 취지를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26일 성명에서 “이주민 지원 배제는 재난지원이나 기본소득 취지에 역행하는 조치이자 제도적 인종차별”이라며 “긴급지원에 이주민을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1364만명 전 도민에게 1명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30일부터 ‘선지원 후검증’ 원칙으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받는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는 신청 순서와 관계없이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이주민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기도는 보도자료에 “외국인은 지원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적자와 혼인했거나 국적자인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만 지원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외국인은 경기도에 67만2791명, 서울시에 44만6473명이 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주민을 배제한 지원 방침이 조례 개정 취지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근거삼은 ‘저소득주민의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은 제도 지원을 못 받은 중하위 소득층과 도민들을 지원한다고 밝힌다”며 “이주민은 도민이 아니고 사회구성원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 증언대회’를 열었다. 노동과세계 유튜브 캡쳐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 증언대회’를 열었다. 노동과세계 유튜브 캡쳐

이들은 “기존 사회보장 정책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이주민 차별이란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며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기 않기에 보편적 대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취약 계층은 재난 피해를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이주민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홍콩은 현재 지금 영주권자와 저소득층 이민자를 포함해서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주민을 포함해 현금 지원했다. 일본도 당시 외국인등록증 있는 모든 체류자들에게 지급했다”며 “이주민을 포괄하는 사회보장 정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주공동행동 등 단체는 지난 20일 증언대회를 열어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정보가 난민국가 언어로는 제공되지 않고 공적마스크도 건강보험과 외국인등록증을 모두 갖추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는 등 이주민이 정부 감염병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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