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28일에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 조주빈씨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자 신문에선 전날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는 조씨 얼굴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했다.

▲지난 26일자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지난 25일 조주빈이 검찰 송치 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나서는 모습 사진을 기사에 실으면서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지난 26일자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지난 25일 조주빈이 검찰 송치 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나서는 모습 사진을 기사에 실으면서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앞서 SBS ‘8뉴스’는 지난 23일 조씨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날 ‘알 권리’, ‘공익’ 등 이유로 신원을 공개했다.

다음날인 24일 조간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은 조주빈 이름을 공개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 신문은 조모씨 또는 조아무개씨라고 보도했다. 25일부터 이들 신문도 실명을 공개했다. 

▲지난 23일 SBS ‘8뉴스’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 23일 SBS ‘8뉴스’ 뉴스화면 갈무리.

종합일간지 가운데 한겨레는 유일하게 실명 공개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0년 한겨레는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 세칙’을 만들었다. 세칙에서 ‘신원 공개’ 부분을 보면 “고위 공직자 또는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의혹의 대상이 되거나 수사 대상이 된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사회적 관심이 큰 범죄 사건의 경우에는 공인이 아니더라도 예외적으로 그 이름을 공개할 수 있다. 범인의 체포와 추가 피해의 예방 등 수사상 필요할 경우 등 공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도 규정한다.

한겨레는 25일자 3면 ‘알려드립니다’에서 “‘n번방’ 피의자 조주빈 ‘실명보도’”라는 제목으로 “‘엔(n)번방’ 사건의 피의자 조주빈(24)씨는 불특정다수의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해 금전적 이득을 챙겼고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있다”며 “한겨레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씨의 실명을 보도하는 것 공익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이름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조주빈의 실명을 공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조주빈의 실명을 공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8일 기준으로 한겨레를 제외한 종합일간지는 조씨 얼굴도 공개한다. 한겨레는 얼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왜 조주빈 얼굴을 가리는 걸까. 임석규 한겨레 편집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에 “한겨레는 2010년 만든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 세칙’을 지켜왔다. 공인일 경우 실명 또는 얼굴을 공개하지만, 조씨는 공인이 아니다. 그동안 이 세칙을 지켜왔다. 얼굴 비공개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석규 편집국장은 “하지만 한겨레는 ‘n번방 사건’을 놓고 격론 끝에 실명 공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SBS 보도 후 많은 언론이 실명 보도했다. 24일 아침저녁 편집회의 때 두 번 논의했다. 편집회의 참가자 전원, 젠더소통데스크, 주니어 기자 등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름 공개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했다”고 말한 뒤 “성폭력 처벌법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첫 번째 대상자고 공공기관이 심의위원회까지 열어 신상공개를 결정한 마당에 이름을 보호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과 세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 이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지선 한겨레 젠더소통데스크는 27일 미디어오늘에 “n번방 사건 신상공개를 두고 20만명 넘는 국민 청원이 있었다. 그동안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 왔고 오히려 이런 사람 신상을 감추는 데 급급한 사회 모습에 분노하는 여론이 있었다”며 “그동안 한겨레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신상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세칙을 지켜왔던 입장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임지선 데스크는 “한겨레는 고유정 사건을 보도하면서 아직 고아무개라고 쓴다. 이번에 세칙을 깨는 결정을 하면서 앞으로 고유정을 고아무개로 할 가능성이 작아지는 건 사실이다. 얼굴까지 공개하면 이후 일어나는 사건 보도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신중하다. 세칙을 좀 더 촘촘하게 개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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