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 조주빈씨가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을 사칭해 자신을 속이고 접근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 모인 자사 기자들에게 내놓은 해명이다. 

이 자리에서 손 사장은 뺑소니 사건과 관련 김웅 프리랜서 기자와 조씨를 삼성 쪽 배후로 생각했고, 불가피하게 신고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손 사장이 자신을 협박한 조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한 반박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JTBC는 지난 25일 “조주빈은 당초 손석희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조주빈은 ‘손 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씨가 손 사장과 가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내게 접근했다’며 (손 사장을) 속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김씨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이 조씨를 신고하지 않은 까닭에 의문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26일 “위급한 상황임에도 손 사장은 검경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손 사장을 상대로 흥신소 사장을 사칭한 조씨는 물론 김씨에 대한 신고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6일자 조선일보 3면.
▲지난 26일자 조선일보 3면.

취재를 종합하면 손 사장은 27일 오후 JTBC 기자들을 불러 “김웅과 조주빈 배후에 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안 섰다”고 했다.

손 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켰을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과거 성신여대 교수 시절의 자신에게 미투 관련 사건이 없는지 뒷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손 사장에게 김웅 기자가 이야기하는 영상 등을 구체적 증거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김웅과 친분을 인증한 조씨가 ‘김웅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으로 협박했다는 게 손 사장 주장이다. 

과거 삼성 미전실이 자신을 뒷조사한 일이 있고 JTBC가 최순실 태플릿 PC 보도 등 삼성에 불리한 보도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만약 삼성이 김웅 뒤에 있다면 자신이 겪고 있는 여러 상황의 퍼즐이 맞춰진다고 생각했다고 손 사장이 말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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