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18년 7월 취임하며 강조한 말이다. 포스코는 2018년부터 3년간 안전활동에 1조 1050억원을 투자하여 현장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언론에 밝혀오고 있다.

그러나 말과 현실은 하늘과 땅 사이다. 최정우 회장은‘발로 뛰는 안전활동’을 강조하지만, 끊이지 않는 폭발사고로 노동자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사망하고 있다. 포스코 현장을 방문하며 직원들에게“매순간 경각심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지만, 회장의 말은 허공을 맴돌 뿐이다.

2019년 6월1일, 광양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아닌 안전관리 최첨단 시스템을 보유했다는 포스코에서 발생한 수소가스 폭발사고였다. 이 사고로 원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탱크에 잔류한 수소 가스를 확인하지도 않고 탱크 배관 보수작업을 시켰다. 현장에는 가스감지기조차 없었다. 포스코가 기본적인 안전점검과 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을 시켜 일어난 사고다.

이미 최정우 회장 취임전인 2018년 1월 25일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한 산소질식 사고가 발생했었다. 고용노동부는 광양제철소 수소가스 폭발사고 기획감독을 통해 455건, 포항제철소 산소가스 질식사고 특별감독으로 733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그러나 작년 12월에 광양제철소에선 폭발사고가 또 발생해 노동자 5명이 다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포스코를 근로감독하고 다수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지만 도대체 현장의 변화는 찾을 수 없었다. 포스코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지만,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시스템 구축은 막막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정전사고, 화재사고, 음용수 오염사고, 대기오염 등 포스코에 발생한 사고는 언론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협착재해, 화상재해, 추락재해 등으로 고통 받고있다. 특히 작년에 포스코 계열사에서 10명, 포스코 제철소에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더욱 큰 문제는 포스코 2, 3차 하청의 다단계구조로 외주화 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포스코의 재해통계로도 제대로 취합되지 않으며,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로 다쳐도 제대로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포스코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조의 가치”

포스코는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안전보건 시스템을 강조한다. 하지만 땜질 처방식 언론브리핑, 직원 동원 사고예방 캠페인으로 근본적인 사고와 재해를 감소시킬 순 없다.

현재 발생하는 다수의 사고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위한 생산 체제 때문이다. 포스코 위험업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하고, 사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노동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2, 3차 다단계 하청구조를 중단하고 원청 포스코의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안전작업을 위한 시간과 인력 보장, 안전관리자 필수 배치 등 안전을 위한 작업표준서 개선 등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노동안전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 포스코 본사. ⓒ 연합뉴스
▲ 포스코 본사. ⓒ 연합뉴스

1985년에 조성된 광양제철소는 시설의 노후화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관리자와 노동자들이 예측인지 할 수 없는 물리적이고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직업병 문제다. 제철소에서 사용되는 각종 유해물질, 고열, 분진은 직업병이 충분히 발생될 수 있다. 생산설비 노후화에 따른 설비유지보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장기간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대한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포스코의 비밀주의와 재해자 처벌로 현장의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 2018년~19년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고 중 금속노조가 파악한 사례만 원·하청노동자 9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의 노동자가 중경상의 노동재해를 입었다. 그러나 포스코와 하청업체가 재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회피하면서,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하다 골병 들고 다쳐도 산재신청과 공상은커녕 혼자 끙끙 앓으며 병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공식화되지 않는 사고는 반복되고, 반복되는 사고는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동안전보건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절망적 결과로 위험과 피해가 폭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국가기관의 정보 공개에 있었다. 포스코는 노동조합에 알권리, 참여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포스코의 비밀주의와 노동배제는 현장과 괴리된 일방통행과 헛다리 안전보건 정책만 반복할 뿐이다.

포스코의 산업안전보건 직원들만이 아니라 포스코의 구성원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담당자들의 참여와 토론은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시스템의 혁신과 견제를 위한 힘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포스코, 노동조합, 시민단체, 노동부, 지자체의 공동의 논의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행정당국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조사하고 대책수립을 한다고 하지만 철저한 조사와 처벌, 중대재해시 작업중지해야 하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투쟁, 28년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청 사업주의 책임은 막연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포스코의 이윤추가가 아닌 노동자 생명의 가치”

3월27일은 포스코 52차 주주총회가 개최된다. 포스코는 기업시민보고서를 발행해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안전보건경영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중대재해, 노동탄압, 특별근로감독, 압수수색 등 포스코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소속된 포스코 원하청 지회는 공적연금강화공동행동과 함께 포스코의 사회적 불신이 고조되고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해온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4월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이다. 노동자 생명안전이 사업주의 이윤추구에 희생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이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고 노동재해 예방과 중대재해 재발 방지의 의지를 다진다는 의미이다. 발전소 김용균을, 구의역 김군을, 포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 처벌과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

지금 포스코를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골병 드는 것을 막지 못한다. 주주총회는 재무제표 승인 같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포스코의 이윤추구 속에서 소리 없이 쓰러져간 노동자들의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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